‘쿠데타 모의’ 윤필용 재심서 대부분 혐의 벗어

입력 2015-11-09 21:46
유신시절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의심을 받고 옥살이를 했던 이른바 ‘윤필용 사건’의 주인공이 42년 만에 대부분 혐의를 벗었다. 여전히 유죄로 판단된 일부 혐의가 있지만 대법원은 “이미 특별사면을 받았기 때문에 형을 선고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고(故) 윤필용 전 수도경비사령관의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추징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형을 선고하지 않은 채 판결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박정희 정권 실세였던 윤씨는 1972년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사석에서 “박 대통령이 노쇠했으니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가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의심을 샀다. 윤씨를 비롯해 육군 준장이던 손영길(83)씨 등 그를 따르던 군내 세력이 숙청당한 사건을 ‘윤필용 사건’이라 부른다.

윤씨는 모반죄가 아닌 업무상 횡령과 알선수뢰 등 10가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5년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1980년 특별사면을 받은 윤씨는 2010년 숨졌고, 아들이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2012년 윤씨의 혐의 대부분을 면소 또는 무죄 판단했다. 다만 1972년 군부대 공사업자에게 뇌물 80만원을 받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에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윤씨에게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심 결과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는 ‘이익재심’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재심은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다시 형을 선고하는 것은 특별사면을 받아 형의 효력이 사라진 피고인의 법적 지위를 해치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특별사면을 받은 재심 피고인에게 유죄로 인정된 형을 선고하지 않은 첫 판례”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