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해운업계에 또 합병 논란이 불거졌다. 양대 해운선사는 정부가 강제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며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9일 정부가 국내 해운업계 1·2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간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업계는 크게 술렁였다. 금융위원회는 즉각 “자발적 합병을 권유하거나 강제합병을 추진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양대 선사의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달 말에도 한진해운·현대상선의 합병설이 나돌았고, 당시 한진해운은 “정부로부터 합병에 대한 검토를 요청받았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부인하기는 했지만 해운업계는 ‘외풍’에 의해 강제합병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 정부와 금융권 일각에서는 양대 선사 체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선사와 경쟁하기 위해선 ‘원톱’ 체제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국제 해운업계는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9년 이후 지속적인 불황을 겪고 있다. 중국상하이해운거래소의 지난 9월 평균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TEU(20피트 컨테이너선 규모)당 623달러까지 떨어졌다. 3년 전 1265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라인은 지난 4일 컨테이너 화물운반에 종사하는 지상인력 4000명을 줄이고,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박인 트리플-E 6척 등 일부 선박의 구매계획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머스크라인은 당초 22억 달러로 전망했던 올해 연간 순이익을 16억 달러로 낮춰 잡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코스코와 차이나시핑그룹의 합병을 통해 ‘공룡’ 해운기업 탄생이 예고됐다. 지난해에는 독일 최대 컨테이너선사 하팍로이드와 칠레의 컴패니아서드아메리카나(CSAV)사가 합병을 통해 적재능력 기준 세계 4위 선사로 부상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각각 세계 9위와 16위로 평가된다.
그러나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외국의 사례를 국내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들다는 설명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선사 동맹(얼라이언스) 문제다. 세계 해운노선은 4개 거대 얼라이언스가 나누고 있는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각각 다른 얼라이언스에 속해 있다. 두 회사를 합칠 경우 어느 얼라이언스 내에서도 자리를 잡기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한 선사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합병을 추진하다 보면 향후 각 회사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마저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해운업계 구조조정 본격화되나… 또 불거진 한진해운-현대상선 강제 합병설
입력 2015-11-09 2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