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개막전은 한국 야구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일본에 0대 5로 완패한 한국은 든든한 선발진의 부재와 타선의 집중력 부족, 테이블세터진의 부진이라는 뼈아픈 약점을 확인했다.
지난 8일 열린 일본전에서 ‘일본 킬러’로 통하는 왼손 에이스 김광현(SK)은 2⅔이닝 만에 2실점하고 강판됐다. 한국은 김광현과 이대은(지바롯데)을 제외하곤 확실한 선발이 없다. 수년간 대표팀 마운드를 이끌었던 류현진(LA 다저스)과 윤석민(KIA)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리그를 대표했던 양현종(KIA)과 윤성환(삼성)마저 부상과 불법 도박 파문으로 각각 승선이 불발됐다. 현재 남은 선발카드는 우규민(LG)과 장원준(두산), 이태양(NC), 차우찬(삼성) 등이다. 하지만 이들도 부상이나 국제경험 부족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테이블세터진도 문제다. 일본전에서 1번 타자 이용규(한화)는 4타수 무안타 1삼진, 정근우(한화)는 3타수 무안타 1볼넷 1삼진으로 물러났다. 둘은 총 8번의 타석에서 단 한 번 출루했다. 밥상이 차려지지 않으니 공격이 순조롭게 풀릴 리가 없었다. 이는 일본 테이블세터가 한국 투수진을 쉴 새 없이 흔든 것과 대조된다. 일본의 1번 타자 아키야마 쇼고(세이부)는 3타수 1볼넷 1삼진, 2번 타자 사카모토 하야토(요미우리)는 3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아키야마는 안타는 없었지만 4회말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로 주자를 득점권으로 보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젊은 투수들이 주눅 들지 않고 자기의 공을 던졌다. 특히 조상우(넥센)와 조무근(kt)의 활약이 빛났다. 조상우는 한국이 0-2로 끌려가던 3회 2사 1, 3루 위기에 나와 실점 없이 깔끔하게 이닝을 마쳤다. 신인 조무근은 7회 1사 후 대표팀의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1⅔이닝 3피안타 1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중심 타선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전 클린업 트리오 김현수(두산)와 이대호(소프트뱅크), 박병호(넥센)는 한국의 7안타 중 4개를 합작했다. 특히 김현수의 경우 이대호와 박병호를 제치고 일본의 경계 대상 1호로 꼽혔다. 한국에 패배를 안겨준 투수 오타니 쇼헤이(닛폰햄)는 “한국의 3번(김현수)이 좋은 타자라고 생각한다. 타석에서 전해지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스포츠닛폰도 9일 “오타니가 가장 경계한 타자는 3번이었다”고 전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리미어12] 일본戰 참패로 본 한국 야구의 문제점은… 선발·테이블세터진 氣를 살려라!
입력 2015-11-09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