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회담 답보인데… 남북 민간교류 급물살

입력 2015-11-09 21:59
지난 ‘8·25합의’ 이후 남북 간 민간교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방북 인원은 물론 대북 인도적 지원도 크게 늘었다. 풀뿌리 협력 증가로 모처럼 남북관계 개선의 밑거름이 뿌려지고 있지만 정작 당국 회담은 성과가 나지 않아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9일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달 방북 인원은 880여명으로 월평균 방북 인원의 20배를 넘어섰다. 북한 개성 만월대 출토 유물전시회,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회의 등 남북 민간 공동행사가 잇따라 개최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9월까지는 남측 방북 인원이 418명에 그쳐 월평균 46명을 기록했다. 이마저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으로 164명이 평양을 방문한 데 힘입은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월별 방북 인원은 30명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지난달 방북 규모는 2010년 5·24 대북 조치 이후 이례적으로 늘어난 규모다. 앞으로도 민간 분야에서 다양한 교류·협력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방북 인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9일부터는 금강산에서 ‘남북종교인평화대회’가 열려 140여명의 종단 관계자들이 금강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동안 남측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을 꺼려왔던 북한이 최근 태도를 바꾸면서 대북 지원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대북 단체 에이스경암은 지난달 27일 북한 사리원 지역을 방문해 온실용품과 비료 15t을 지원했다. 고건 전 총리가 운영위원장을 맡은 아시아녹화기구도 에이스경암을 통해 묘목 2만여 그루와 종자 4t을 지원했다. 통일부는 5·24조치 이후 처음으로 올해 대북 비료지원을 승인하는 등 북한 지역 취약계층을 위한 영양지원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활발한 민간교류와는 달리 실질적인 남북관계를 도모해야 할 당국 회담은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는 3차례나 예비 접촉을 제안했지만 북측이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해법 모색이 쉽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북·미, 북·중 관계 등 북한의 대외적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이와 연계한 면밀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