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구원을 담은 영화 ‘프리덤’… 그 노예선에 하나님이 임하셨다

입력 2015-11-10 19:07 수정 2015-11-10 21:49
노예선 선장이었던 존 뉴턴(왼쪽)은 1748년 항해 중 폭풍우에 갇힌다. 노예였던 사무엘(오른쪽 사진 가운데)은 1856년 비밀조직 ‘지하철도’의 도움으로 가족과 탈출을 감행한다. 두 이야기가 ‘나같은 죄인 살리신’이란 찬송가로 연결된다. CBS시네마 제공
‘나같은 죄인 살리신(원제: Amazing grace)’.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6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찬송가 305장을 불렀다.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 총기난사 희생자의 장례식 자리였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3년 “나에게 꿈이 있습니다”라고 연설을 한 날에도 이 노래가 울려 퍼졌다.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찬송가다.

‘나같은 죄인 살리신’을 작사한 존 뉴턴(1725∼1807)의 실화를 담은 영화 ‘프리덤(Freedom·자유)’이 19일 전국 CGV상영관에서 개봉한다. 올해 설립된 CBS시네마가 처음으로 배급하는 작품이다. 자유를 찾아 도망친 흑인 노예 사무엘(쿠바 구딩 주니어 분)과 노예선 선장인 존(베르나르드 포처 분)의 이야기를 100년이라는 시간 속에 교차시켰다.

사무엘 역의 쿠바 구딩 주니어는 ‘제리 맥과이어’(1996)에서 풋볼 선수 로드 티드웰 역으로 출연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쇼생크 탈출’(1994) 등에 출연한 윌리엄 새들러가 노예 사냥꾼 플림튼 역으로 나온다. ‘스트렉티드’(2012)로 유명한 베르나르드 포처는 존 뉴턴 역으로 등장하는 등 미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가 대거 출연한다.

세계적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낸시 마이어스의 파트너인 딘 컨디가 이 영화의 촬영감독으로 합류했다. 그가 18세기 중반 대서양을 오가던 노예선과 19세기 말 노예 농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세계적 뮤지컬 배우 출신인 감독 피터 쿠센스는 영화에 아름다운 찬송 9곡을 삽입했다. 프리덤은 크리스천 영화로는 드물게 미국에서 관객 100만명 이상을 끌어 모았다. 제작비는 1400만 달러였다.

영화는 1856년 노예 사무엘이 가족과 함께 농장에서 도망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흑인 노예의 탈출을 돕는 비밀 조직의 안내로 캐나다로 향한다. 노예 사냥꾼 플림튼의 추적 속에 사무엘 가족의 숨 막히는 여정이 이어진다. 지친 사무엘은 “흑인을 위한 신은 없다”며 하나님을 원망한다. 그의 어머니는 사무엘에게 증조부로부터 이어지는 ‘어메이징 그레이스’ 이야기를 들려준다.

1748년, 노예를 가득 실은 배의 선장 존 뉴턴. 그는 미국을 향해 닻을 올린다. 약혼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기위해 노예선을 맡는다. 어느 날 폭풍우로 배가 좌초될 위기에 처하고, 그는 하나님에게 기도를 한다. 배는 무사히 노예시장이 있는 미국 항구에 도착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던 찰스턴은 당시의 대표적인 노예무역항이기도 하다.

프리덤은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노예선 선장이었던 존 뉴턴은 1748년 회심 후 사제의 길을 간 실존 인물이다. 1755년 영국 성공회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을 작사했다. 그는 노예무역선의 반인권적 실상을 알리는 책자를 발간했고 영국의 정치가 윌리엄 윌버포스(1759∼1833)가 추진한 ‘노예무역 금지법’ 제정을 후원했다.

사무엘의 탈출을 도운 비밀조직 ‘지하철도(Underground railroad)’의 운동도 실재했던 노예해방운동이다. 19세기 노예제도가 폐지된 지역으로 흑인 노예를 도피시키는 조직적 활동이었다. 이들은 도피 경로를 선로(lines), 중간 기착지를 역(station), 도피자를 화물(packages)이라고 불렀다. 영화 중에 나오는 토마스 가렛(1789∼1871)은 지하철도 운동을 했던 대표적 퀘이커 지도자이다.

1779년 작사된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흑인노예들이 탈출하던 1856년에도 불렸고, 흑인들이 백인과 동등한 시민권을 요구하던 1963년에도 불렸다. 흑인을 겨냥한 총기난사가 일어나는 2015년 현재에도 불린다. 우리는 항상 그분의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프리덤은 진정한 자유와 구원의 의미를 생각케 한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95분.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