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오래된 록그룹 비치 보이스 얘기를 그린 영화 ‘사랑과 자비(Love and Mercy, 2014)’. 그러나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멤버 중 하나인 브라이언 윌슨만 따라간다. 그러다보니 극적인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지루하다. 가장 최근에 나온 대중음악인 전기영화인 ‘저지 보이스’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저지 보이스가 프랭키 밸리를 중심으로 한 팝그룹 포 시즌스의 스타 탄생 및 흥망성쇠를 밀도 있게 그린 데 비해 ‘사랑과 자비’는 비치 보이스가 정상에 오른 뒤 정신질환을 앓는 윌슨의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에 치중하고 있다.
‘저지 보이스’ 외에 비교적 최근에 나온 기억할 만한 영화로는 소울 음악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을 그린 ‘Get On Up (2014)’, 동성애 피아노 연주자 리버라체를 마이클 더글러스가 연기해 골든글로브와 에미상을 받은 ‘리버라체(Liberace, 2013)’, 전설적인 맹인 리듬 앤드 블루스 가수 레이 찰스를 그린 ‘레이(Ray, 2004)’가 있다.
이런 영화 가운데 특기할 만한 것은 포크가수 밥 딜런을 다룬 ‘I’m Not There(2007)’였다. 크리스천 베일, 고 히스 레저, 리처드 기어 등 무려 6명의 배우가 딜런의 각기 다른 페르소나를 연기했는데 거기에는 여자인 케이트 블랜체트까지 포함됐다. 또 다른 특이한 케이스로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만든 바비 다린의 전기영화 ‘Beyond the Sea(2000)’도 있다. 스페이시는 영화의 공동각본, 공동제작, 연출도 모자라 다린 역까지 꿰찼다.
대중음악인에 관한 전기영화는 사상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싱어(1926)’에서 주연을 맡았던 앨 졸슨의 전기 영화 ‘앨 졸슨 스토리(1946)’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50년대에는 밴드 리더들을 주인공으로 한 전기영화들이 쏟아졌다. 스윙 음악의 대가 ‘글렌 밀러 스토리(1954)’, 클라리넷 연주자 ‘베니 굿맨 스토리(1956)’, 피아니스트 에디 듀친의 비극적인 일생을 그린 ‘애심(1956)’ 등.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44) 음악인들의 영화
입력 2015-11-09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