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영화 ‘베테랑’속 건설사 체불횡포 사라질까

입력 2015-11-08 21:19

화물차를 운전하는 ‘배 기사’는 대기업이 제대로 대금을 주지 않자 본사를 찾아 밀린 대금 450여만원을 달라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재벌 2세인 기획실장의 눈에 띄어 건물 안으로 불려간다. 재벌 2세는 현장소장을 동원해 배씨를 흠씬 두들겨 팬 뒤 밀린 대금과 맷값까지 지불하지만 항의하는 배씨를 건물 계단 밑으로 내던져 자살로 위장한다.

올해 13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베테랑’은 대한민국 굴지 대기업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그룹 계열사인 운송업체 사주의 야구방망이 구타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영화처럼 덤프트럭, 굴착기 등 건설용 기계 대금을 떼먹는 건설사 횡포를 줄이기 위해 나섰다. ‘건설기계 임대차 표준약관’을 고쳐 대여금 지급보증 여부와 보증금액을 명확히 기재하도록 했다고 공정위가 8일 밝혔다.

그간 대여업자들은 건설사가 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도 거래처가 없어질 것을 우려해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가 건설사의 횡포를 막기 위해 2013년 6월 지급보증제를 도입하면서 대여업자는 지급보증만 받아 놓으면 건설공제조합이나 보증회사에서 돈을 받아낼 수 있게 됐다. 이후 보증 건수는 지난해 1만9234건, 올해 1∼8월 3만4373건으로 급증했고 신고하지 못했던 체불 대금 액수도 2013년 35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49억650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도 10월 현재 체불액은 41억4000만원이다. 배 기사 같은 비극이 없도록 공정위는 표준약관을 개정, 지급보증 제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건설기계 가동시간 기준을 ‘1일 8시간, 월 200시간’으로 명확히 기재하도록 했다. 계약 금액이 200만원을 넘으면 지급보증서 발급을 의무화하는 조항도 담았다.

세종=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