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중소기업에 다니던 50대 A씨는 지난 9월 퇴직하면서 감자탕집을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개인사업 경험이 없어 안전판으로 생각한 게 프랜차이즈 업체였다. 개업에 필요한 금액은 임차보증금, 시설공사비 등 약 4억원. 퇴직금을 포함해 3억원을 마련했지만 1억원 정도가 모자랐다. A씨는 인근 은행에 상담한 결과 프랜차이즈 업체와 은행 간 대출 협약이 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신용으로 1억원을 대출받았다. 1년 만기 일시상환 방식이다. 매년 대출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상환이 여의치 않거나 금리가 인상될 경우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A씨처럼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꾸준히 창업에 뛰어들면서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급격히 늘고 있다. 급기야 금융 당국이 집중 점검에 나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지난달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IBK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을 대상으로 자영업자 대출 관련 현황과 심사 실태 등을 공동 점검했다. 최근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아파트 분양 시 집단대출 관련 건전성 검사에 이어 이뤄진 조치다.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금융 당국이 집중 점검에 나선 셈이다.
당국이 자영업자 대출에 주목하는 것은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고 대출 구조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1∼9월 자영업자 대출 증가액은 23조3000억원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44조4000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자영업자들은 은행과 제2금융권 중복 대출이 많고, 개인사업자 대출 외에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형태가 다양해 대출 규모는 통계상 수치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금리마저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A씨처럼 창업에 나선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원리금 상환을 제때 못하고 부실채권으로 전락하는 액수가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나는 게 위험한 이유로 임금근로자와 비교했을 때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점, 대출상환 방식도 A씨처럼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일시 상환하는 비중이 높은 점 등을 꼽는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쉽게 고삐를 죄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내수경기 회복세가 더딘 와중에 갑작스럽게 대출을 막았다가는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점검 자체만으로도 자영업자 대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스레 상황을 살피고만 있다. 인위적으로 자영업자 대출 속도조절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점검 차원이고 검사로 대출이 대폭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검사라는 게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갑자기 늘어나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는지, 향후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백상진 박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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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방석’ 자영업자… 당국, 긴급점검
입력 2015-11-08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