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개각 초읽기… TK 물갈이 신호탄?

입력 2015-11-08 21:41 수정 2015-11-08 21:55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관직 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다자 정상회의 출국 전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개각의 포인트는 ‘총선용’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1차 개각에 이어 2차 개각이 초읽기에 돌입한 셈이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8일 장관직 사의를 표명하며 “총선 출마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정 장관은 대구 지역 출마가 유력시돼 이번 사의 표명이 대구·경북(TK) 지역 ‘현역 의원 물갈이’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현재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만큼 이번 개각에 포함될 게 확실시된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교체 대상이 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모두 내년 총선 출마를 강력히 희망해 온 장관들이고, 이에 따라 후임 인선작업 역시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더 이상 늦출 필요가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개각 방침이 정해진 이상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참석을 위해 열흘간 자리를 비우기 전에 여유를 두고 개각을 단행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여권에서도 내년 총선 공직사퇴 시한(1월 14일)에 임박해서 개각을 단행하기보다 사퇴와 후임 인선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서는 정 장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출마 예상 지역이 대구인 만큼 사의 표명 자체가 박 대통령과의 교감 속에 이뤄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관계자는 8일 “정 장관의 TK 출마는 확정된 거나 다름없다”며 “애초 고향인 경북 경주보다는 출신 고교(경북고) 연고지인 대구가 유력하다”고 했다.

대구는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고 새누리당이 12개 선거구를 장악한 곳이다. 이미 4선인 이한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19대 총선에서도 현역 물갈이 지수가 높았던 지역이라, 정 장관이 출마하면 이 지역 현역의원들의 교체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 장관 후임으로는 정재근 현 행자부 차관, 이승종 지방자치발전위원회 부위원장,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정진철 인사수석,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 등이 거론된다.

황 부총리 후임자로는 임덕호 전 한양대 총장, 이준식 전 서울대 부총장이 하마평에 오른다. 황 부총리는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절차가 아직 남았고,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의 대표필진 사퇴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후임 청문절차 등을 감안하면 교과서 국정화를 다 마무리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희정 장관 후임으로는 비례대표인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 등이 거론된다. 윤 장관 후임에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지낸 안현호 전 산자부 차관,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이관섭 산업부 1차관 등이 언급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