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궁동 ‘예술의 거리’에 자리 잡은 ‘들꽃영토’는 소년소녀가장들의 전용공간이다. 이름에는 들꽃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정을 나누고 서로 돕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2005년 당시 서진여고 한문교사로 재직하던 최래오(60)씨가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하나둘 거두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2009년 광주시교육청에 비영리사단법인으로 등록한 후 100여명의 후원자들이 해마다 20∼40여명의 소년소녀가장들을 가족처럼 돌보고 있다.
부산 출신 직장인 배두한(32)씨 등 후원자(들꽃영주)들의 직업은 자동차 영업사원, 미용실 주인, 기업체 연구원, 교사 등으로 다양하다. 들꽃영토에서 소년소녀가장들은 들꽃숙생으로 불린다. 들꽃숙생들은 일대일로 결연한 가디언(수호자)과 한 달에 몇 차례 자율적으로 만나 배움과 나눔의 시간을 갖는다. 만남에 필요한 식비나 연극·영화 관람료 등의 비용은 매달 2만∼10만원씩 지원하는 영주들이 책임진다. 대부분 대학생인 가디언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소년소녀가장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고충을 들어주는 ‘형’과 ‘언니’들이다. ‘부모’ 역할을 하는 들꽃영주들은 전화나 이메일로 들꽃숙생, 가디언과 소통한다.
이들은 1년에 최소 4차례 이상 단체여행을 떠난다. 들꽃숙생들이 자연과 가까이 지내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올해는 지리산 둘레길과 전북 전주 한옥마을, 부안 마실길 등 3곳에 다녀왔다. 관광회사인 동일관광이 대형버스를 항상 무료 제공한다.
들꽃숙생들은 올해부터 ‘꿈다락 문화학교’에서 기타 드럼 장구 등 1인당 1악기를 의무적으로 배우고 있다. 악기를 배운 들꽃숙생들은 3개월에 한 번씩 ‘작은 음악회’를 통해 갈고닦은 솜씨를 뽐낸다. 8년째 들꽃숙생인 고모(17)양은 “나중에 가디언, 들꽃영주가 돼 은혜를 꼭 갚고 싶다”고 말했다.
들꽃숙생들은 날마다 ‘극기노트’를 작성한다. 자신의 하루를 관찰하고 바르게 성장하도록 이끌기 위해서다. 일기 형식으로 그날의 즐거웠던 일과 금전출납, 실천한 선행, 고사성어와 영어단어 등 공부한 내용을 글·그림으로 마음껏 표현하도록 하고 있다. 성실히 작성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들꽃숙생들은 도움만 받지 않고 사회복지시설 봉사와 거리청소 등 나눔 활동도 펼치고 있다. 들꽃영토 대표일꾼 최기수씨는 “들꽃영토는 삶의 터전을 공유한 이웃들이 짬을 내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소년소녀 가장돕기-광주 봉사단체 ‘들꽃영토’] 평범한 이웃들 모여 매년 청소년 20∼40여명 돌봐
입력 2015-11-09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