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 리도홀(총독 관저)에서 열린 쥐스탱 트뤼도 신임 총리 취임식. 새 내각 인사들로 가득 찬 무대에서 트뤼도 총리는 객석 맨 앞자리에 앉은 60대 여성을 향해 소리 없이 입을 벙긋거리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여성은 캐나다 국민들에게 익숙한 ‘왕년의 퍼스트레이디’ 마가렛 트뤼도(67·사진)였다.
마가렛은 남편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의 퍼스트레이디로 있던 당시 장남인 트뤼도를 낳았다. 이번 트뤼도 총리의 취임으로 마가렛은 캐나다 역사상 처음으로 총리의 아내이자 어머니가 되는 기록을 남겼다며 뉴욕타임스가 7일 그를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마가렛은 지금껏 캐나다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퍼스트레이디로 국민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스물둘에 퍼스트레이디가 된 뒤 그녀는 세계적인 록밴드 롤링스톤스와 파티를 하고, 예술가 앤디 워홀과 어울리는가 하면 유명 사진작가 리처드 아베든에게 사진 교습을 받는 등 줄곧 자유분방한 태도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남편 재임 기간인 1984년까지 자신의 이름을 딴 텔레비전 토크쇼 진행을 맡기도 했다.
거침없는 언행도 화제였다. 1976년 쿠바로 건너가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난 뒤 “지금까지 만난 가장 섹시한 남자”라고 묘사한 일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히피’로 살았던 젊은 시절에 대해서도 “물을 찾는 오리처럼 마리화나를 피웠다”고 발언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마가렛은 자녀들을 돌보지 않는 이기적인 행태로 대중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사진작가 활동을 위해 뉴욕 등지를 오가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일화들은 타블로이드지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후일 마가렛은 자서전을 통해 그 같은 행동이 오랫동안 숨겨왔던 조울증 증세로 인한 것이었으며, 총리 관저인 서섹스24번지에서 보낸 일상이 ‘감옥 같았다’고 고백했다.
아들의 총리 취임 뒤 오랜만에 쏠린 관심에도 불구하고 마가렛은 여생을 조용히 살고 싶다고 밝혔다. 마가렛은 6일 캐나다 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이든 대중이든 남이 날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자식들과 손주, 친구와 동료들에게만 집중하며 살고 싶다”고 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마가렛 트뤼도 가계도 ‘주목’… 총리의 아내이자 어머니로 캐나다 정치사 ‘진기록’
입력 2015-11-08 2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