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찬바람 부는 날씨 ‘치질 주의보’

입력 2015-11-09 18:35
박민근 국제성모병원 외과 교수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8일)이 지났다. 겨울이 되면 특히나 괴로운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치질(치핵) 환자들이다. 겨울에는 낮은 기온으로 모세혈관이 수축하여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고 그 바람에 치질도 쉽게 도지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3 주요 수술 통계에 따르면 월별 치핵 수술 건수는 1월 2만4997건, 2월 2만2587건, 12월 1만8893건 순으로 많았다. 또한 11월에서 12월로 넘어가는 시점의 수술 건수 증가율은 18%로, 7월(18.6%)에 이어 연중 두 번째로 높았다.

치질은 일반적으로 항문에 생기는 질환을 통칭하지만 의학용어로는 정확하게 치핵이라고 한다. 치핵은 항문 상부의 점막층 아래에 정맥 혈관들이 덩어리를 이루면서, 그 속에 피가 뭉치게 돼 마치 풍선이 늘어나듯이 부풀어 올라 나중에는 항문 밖까지 밀려나오는 상태를 말한다.

치핵의 원인은 보통 복압이 증가하거나 항문울혈을 초래할 수 있는 생활습관에 있다. 특히, 화장실에 오래 앉아 과도하게 힘을 들여 배변을 하는 습관이나 지나친 음주,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자세 등이 주된 원인이다.

치핵은 가려움증, 불편감, 배변 긴박 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심할 경우 항문 출혈과 탈항 증상도 나타난다. 감염이 일어날 경우 항문 농양이나 패혈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치료는 보존적인 방법과 외과적 수술로 이뤄진다.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만약 배변과 관계없이 일상 활동 중에도 항문이 돌출되거나 그 뒤 손으로 집어넣어야 할 정도면 선택의 여지도 없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치핵 역시 예방 활동이 중요하다. 예방은 작은 생활습관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먼저 변비 예방을 위해 물을 많이 마시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통해 섬유질을 하루 30g 이상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반면 카페인이 많이 든 음료나 술은 삼간다.

장시간 앉아있거나 서 있는 것은 직장 정맥에 압박을 가하므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치핵 예방에 도움이 된다.

직업 상 오랫동안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자주 휴식을 취하고 되도록 몸을 움직여야 한다.

용변은 5분 이내로 끝내고 용변 시 힘을 많이 주지 않도록 한다.

박민근 국제성모병원 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