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의료선교 고민 나누니 해법이 저절로… “현장서 반복되는 시행착오 교회간 소통·연합으로 극복”

입력 2015-11-08 18:23 수정 2015-11-08 20:19
7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린 ‘제2차 교회연합 의료선교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앞으로 더욱 소통하고 연합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단기 의료 선교는 매우효과적인 선교 방법으로 손꼽힌다. 낙후된 지역에 의사 간호사들이 찾아가 육체의 병을 고쳐주고 약을 나눠주면서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의료 행위를 하다 보면 적잖은 문제가 발생한다. 단기의료선교 현장에서 맞닥트린 문제로 고민하던 여러 교회들이 소통과 연합으로 해법을 찾고자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영락교회 의료선교부는 7일 중구 수표로 영락교회50주년기념관에서 ‘제2차 교회연합 의료선교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는 영락교회와 남서울교회 소망교회 온누리교회 오륜교회 명성교회 주안장로교회 새문안교회 지구촌교회 등 9개 교회가 참석했다. 지난해 열린 제1회 세미나에는 5개 교회가 참가했다.

단기의료선교는 대체로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짧은 기간 동안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종종 ‘의료가 먼저냐, 선교가 먼저냐’는 문제에 봉착한다. 치료에만 집중하느라 말씀을 못 전하면 여타의 의료봉사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서영태(남서울교회 의료선교위원회) 집사는 “20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항상 전도가 이뤄지는 선교를 지향한다”며 “진료 후 약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일대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미리 동선을 고려하고 준비했더니 진료 환자의 70%에게 복음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막상 다녀온 뒤 회심자 숫자가 적다고 실망하는 이들도 있다. 최영환(지구촌교회 의료선교회) 집사는 “선교 현장에서 진료 환자나 회심자 숫자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며 “회심자가 적다고 실망할 때도 있지만 한 사람이 크리스천이 되기 위해 거치는 여러 단계 중 한 단계를 감당한다는 겸손한 마음을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의료행위에만 지나치게 매몰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태순(주안장로교회 의료선교회) 집사는 “이틀 동안 진료하려고 갔는데 둘째 날에는 환자가 안 오고 동네 아이들만 구경하러 와서 낙담했다”며 “그런데 한 자매가 아이들과 놀아주기 시작했는데 호응이 많아 ‘무엇을 하느냐’뿐 아니라 섬기는 마음으로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종관(새문안교회 의료선교회) 집사는 현지 병원이나 보건당국 등 공적 채널과 적극 소통하면 더 효과적으로 사역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각 교회가 현지 선교 자료를 축적하고 공유해 사역지 정보를 표준화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동남아 아프리카 등지의 선교지는 나라별·민족별로 다른 문화와 의료보건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나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춘(영락교회 의료선교부) 집사는 “소통과 협력이 키워드라고 생각한다”며 “데이터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두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총무이사는 “이번 세미나 자료를 토대로 단기선교 매뉴얼을 만들어서 개별 교회가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글·사진=김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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