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이 오후 8시여서 돈 쓸 데가 없다. ‘쿠팡’을 이용하는 혼자 사는 여성들의 주소를 적고 있다. 일 끝나면 새벽에 찾아가겠다.”
지난달 20일 극우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의 배달사원 ‘쿠팡맨’이라고 소개한 그는 “생수를 배달시키는 여성을 다 죽이겠다” “내가 쓴 글을 다른 커뮤니티에 전파시킨 사람은 수천만원을 들여서라도 신상을 캐서 죽이겠다”는 위협적인 글을 잇따라 올렸다.
연쇄살인을 암시하는 듯한 이 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여성 고객들은 공포에 시달렸고, 회사는 사실 확인 여부를 묻는 고객 문의에 곤욕을 치르다 “글쓴이가 회사 명예를 실추하고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자 지난 25일 쿠팡 콜센터로 천모(24)씨가 전화해 “내가 글을 올린 사람”이라고 실토했다. 평범한 외모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던 청년이었다. 천씨는 경찰에서 “직업 없이 집에만 있어 스트레스가 컸는데 한 네티즌이 취업에 성공했다는 글을 일베에 올렸다. ‘나만 이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허위 글을 올리게 됐다”고 진술했다. 특별한 전과도 없는 천씨는 전문대를 졸업한 뒤 취업을 시도했지만 약 1년째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천씨는 “별 생각 없이 쓴 글인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죄송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8일 천씨를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살인 암시 ‘쿠팡맨’ 알고보니 취준생
입력 2015-11-08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