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용 국내 송환 지연… 조희팔 수사가 겉돈다

입력 2015-11-08 20:02 수정 2015-11-08 21:16
4조원대 금융 다단계 사기사건의 주범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54)이 중국 공안에 검거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송환이 지연되면서 수사가 겉돌고 있다. 검경이 조씨 가족과 사건 관련자 등을 잇따라 검거했지만 정관계 로비, 조희팔 사망 의혹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은닉자금 수사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황종근)는 8일 범죄 수익금을 은닉한 혐의로 조씨 내연녀 김모(5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2009년 국내에서 조씨 측으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형태로 10억여원을 받아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2011년 중국에서 조씨에게 12억여원을 받아 은닉한 혐의로 조씨의 아들(30)을 지난 7일 구속했다.

검찰은 조씨 아들과 조씨가 사망했다는 시점에 현장에 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김씨 검거로 수사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까지는 자금은닉 부분밖에 밝히지 못했다.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도 계좌추적 등에 국한돼 있다. ‘외곽수사’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검찰은 조씨 밀항 당시 로비 혹은 은닉자금 관련 내용이 적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문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내연녀 김모(42)씨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강태용 검거 후 수사에 속도를 냈으나 핵심 의혹에는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방경찰청은 그동안 강씨에게서 돈을 받고 압수수색 정보를 유출한 의혹이 있는 정모(40) 전 경사, 조씨의 다단계 업체에서 일을 도운 임모(48) 전 경사, 조씨 조직 초대 전산실장 배상혁(44) 등 8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조씨 사건으로 이미 재판을 받았던 사람들이고 적용한 혐의도 이전에 제기됐던 의혹들이다.

검경은 강태용의 국내 송환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강태용이 국내에 송환되더라도 구체적인 범행과 관련해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커 강씨의 입을 열 확실한 증거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