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에 딸려나가던 장난감, 유통가 ‘주연’ 등극

입력 2015-11-08 20:02

지난 5일 오후 서울 도심 및 대학가 맥도날드 매장 앞은 햄버거보다 장난감을 사기 위한 고객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오후 6시에 판매를 시작한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 피규어 한정판을 사기 위해 판매 시간 전부터 길게 줄을 늘어뜨렸다. 매장당 100세트로 판매 수량을 제한하는 바람에 고객센터에는 “어느 매장에 가면 살 수 있느냐”는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맥도날드처럼 캐릭터 장난감을 활용한 마케팅이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은품 개념의 이벤트성 행사에서 시작했으나 갈수록 장난감 자체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아이의 감성과 문화를 소비하는 ‘키덜트’(어린이와 어른의 영어 합성어)가 보편적 문화로 자리잡은 데다 업체들도 어릴 때부터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장난감을 앞세우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일찌감치 ‘장난감 마케팅’이 활발했던 패스트푸드 업계에선 이전에도 맥도날드가 슈퍼마리오, 미니언즈 등 인기 캐릭터 장난감을 출시할 때마다 ‘대란’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경쟁사인 롯데리아 역시 헬로키티, 스펀지밥 등 캐릭터 장난감을 앞세워 맞대응하고 있다. 버거킹도 지난 5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인형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유통업계도 올해 들어 장난감을 활용한 마케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4월 월트디즈니 공식 라이선스 상품인 미키마우스 피규어 11종을 출시해 준비 물량 15만개가 모두 판매됐다. 지난달부터는 영화 ‘어벤져스’ 캐릭터 10종(25만개) 한정 판매에 들어갔다. CU는 지난 9월 업계 최초로 자체브랜드(PB) 블록 장난감(사진)을 출시했다. 1차로 판매를 시작한 블록 3000개 제품이 예상 밖으로 일주일 만에 품절되자 지난달 2차로 신제품을 곧바로 선보였다.

대형마트 업계에선 이마트가 지난 6월 이마트타운 내에 일렉트로마트를 오픈했고, 롯데마트도 지난 9월 구로점에 키덜트마니아 1호점을 개점해 갈수록 커지는 키덜트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선 키덜트 문화가 국내보다 앞서 있는 일본의 경우 8조원 정도의 관련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키덜트 시장이 산업 간 경계를 허물며 영화, 패션, 완구, 음식 등으로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며 “키덜트 시장 확대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곳이 바로 유통업계”라고 분석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