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KF-X·보라매) 사업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내 업체가 보유한 기술과 장비개발 경험을 토대로 국내 연구·개발이 가능합니다.”
ADD는 6일 대전 본부로 취재진을 초청해 KF-X 사업 4대 핵심기술 개발 현황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이 기술들은 보안을 이유로 그간 공개되지 않았다. 가장 큰 논란거리였던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 기술에 대해 ADD 측은 “미국의 75∼80% 수준으로 개발돼 있다”고 설명했다. AESA 레이더는 기존 기계식 레이더와 달리 하늘과 땅, 해상에서 다가오는 여러 개의 표적을 동시 탐지·추적할 수 있다.
ADD는 개발 중인 AESA 레이더가 모의 표적을 파악하는 과정 일부를 시현했다. 모의 표적이 약 44노티컬마일(약 81㎞)로 근접하자 조종석 모니터에 세모꼴로 표적이 잡혔고 시시각각 좁혀오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AESA 레이더 개발 관계자는 “현재 500개 송수신 모듈을 갖추고 있다”며 “KF-X에는 모듈이 1000개 정도 들어가 탐색 및 추적 능력이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ADD는 2006년부터 AESA 레이더 개발을 시작해 2013년 송수신기(안테나)와 공대공 모드 지상 시험을 마쳤다. 2014년부터 시험개발 1단계에 돌입했으며 2019년까지 공대공 모드 비행 시험을 마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철매-II의 다기능 레이더와 차기 호위함의 탐색레이더에 AESA 기능을 장착해 이미 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투기용은 기존 레이더보다 대폭 소형화돼야 하고 냉각 기능과 정보처리 과정도 훨씬 복잡해진다. 그는 “인력과 예산이 지원되면 시험개발 2단계를 앞당겨 공대지·공대해 모드를 개발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당초 계획된 2025년까지는 AESA 레이더 개발과 시험을 끝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적외선 추적장비(IRST)와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EOTGP)도 공개했다. 적 항공기 등 무기체계가 발산하는 적외선 신호를 잡아내 위협 표적을 자동 탐지하는 IRST는 이미 함정용으로 개발돼 운용되고 있다. 전자광학으로 표적을 추적하고 유도미사일 사격을 통제하는 EOTGP는 공군 정찰기 RF-16에 탑재돼 주야간 지상 영상정보를 처리하고 있고, 중고도 무인정찰기에 장착돼 시험가동 중이다. 전자파 방해장비(RF Zammer)는 함정용으로 SLQ-200K, 항공용으로 ALQ-200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이 세 가지 기술은 ADD에서 국내 업체들로 이전돼 업체들이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기본적인 핵심기술은 확보돼 운용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장비를 KF-X에 적합하도록 변형하고 성능을 개선하는 데는 한 차원 높은 기술이 요구된다.
KF-X 사업 성공에 가장 큰 관건은 이 기술들을 전투기와 또 다른 항전장비들에 통합하는 ‘체계통합 능력’이다. ADD는 “함정 전투체계와 무인기 체계통합 경험, 기술을 갖고 있다”며 “전투기 체계통합은 이와 다르지만 기본 원칙은 같고, 해외 업체와의 협의가 잘 되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했다. ADD와 함께 이날 체계통합에 대해 설명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측도 “축적된 경험이 있다”고 거들었다.
대전=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르포] “논란 된 AESA레이더, 美의 75∼80% 수준 개발”… KF-X사업 4대 핵심기술 개발 현장 공개
입력 2015-11-08 21:30 수정 2015-11-08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