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 정상회담] 70초간 손 꼭 잡고 “우리는 한 핏줄”

입력 2015-11-08 20:46 수정 2015-11-08 22:09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대만단결연맹(TSU) 회원들이 8일 마잉주 대만 총통이 양안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타이베이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마 총통의 사진을 찢으며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의 만남은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이라는 상징성만큼이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철저한 준비가 이뤄졌다.

7일 오후 3시(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두 정상은 600여명의 기자들이 몰린 가운데 약 70초간 악수를 하며 회담 시작을 알렸다. 회담장에는 중국의 오성홍기도, 대만의 청천백일기도 걸려 있지 않았다. 두 정상은 서로 ‘시 선생’ ‘마 선생’이라고 부르며 총통, 주석이라는 호칭을 비켜갔다.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주장을 둘러싼 양안 관계의 엄혹한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대등한 지위에서 대화를 하고자 하는 배려가 깃든 호칭이었다.

두 정상은 모두발언을 통해 ‘한 핏줄’임을 강조했다. 시 주석이 “우리는 뼈와 살이 터져도 끊을 수 없는 형제이자 피로 이어진 가족”이라고 강조하자 마 총통도 “양안 인민은 중화민족이며 염황(중국 민족 시조)의 자손”이라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붉은 넥타이, 마 총통은 파란 넥타이 차림이었다. 2005년 베이징에서 개최된 후진타오 당시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롄잔 당시 국민당 주석 간 첫 국공 수뇌회담 때 후 총서기가 붉은 넥타이, 롄 주석이 푸른 넥타이를 맨 것과 똑같은 색깔 선택이다. 붉은색과 파란색은 각각 중국과 대만을 상징한다. 회담 후 이어진 만찬장의 테이블은 붉은색도 파란색도 아닌 노란색이었다.

정상회담과 만찬에 참석한 배석자들도 눈길을 끌었다. 양측은 시 주석과 마 총통 외에 각각 6명씩의 배석자를 뒀다. 정상회담에서는 가운데 양국 정상을 중심으로 서로 마주 보고, 만찬에서는 원탁에 엇갈려 앉았다. 중국은 왕후닝 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과 리잔수 당 중앙판공청 주임 등 시 주석 측근들과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 실무자들이 배석했다. 대만은 국민당 정권과 함께 중국에서 건너온 본토 출신의 외성인(外省人)과 이전 대만에 정착해 살아온 본성인(本省人) 각각 세 명, 고대 중국 실향민인 객가인(客家人) 한 명 등으로 안배했다.

대만 총통실은 만찬을 위해 1990년산 고급 진먼 고량주 두 병과 마 총통이 아끼는 마쭈라오주 8병을 준비했다. 진먼 고량주는 만찬에서 마셨고 마쭈라오주는 중국 참석자들이 선물로 받았다. 진먼과 마쭈 모두 지명으로 대만 해협에 위치해 있다. 특히 대만 총통부 천이신 대변인은 진먼 고량주가 ‘평화의 술’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포털에서는 마 총통이 만찬을 마치고 나설 때 술을 많이 마셨는지 ‘붉게 혈색 좋은 얼굴’이었다는 기사가 화제가 됐다.

만찬 후 양측은 식사비를 절반씩 부담했다. 우메이훙 대만 대륙위원회 부위원장은 “누가 이 만찬의 손님이고 주인이냐 문제가 아니라 함께 식사를 나눴기 때문에 그렇게 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회담장 임대료까지 절반씩 나누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시 주석과 마 총통이 싱가포르를 떠날 무렵 두 정상의 전용기도 싱가포르 공항에 나란히 대기하고 있었다. 중국과 대만 당국의 ‘사전 협의’에 따라 시 주석의 전용기가 먼저 출발하고 나서 마 총통의 전용기가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