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7일 싱가포르에서 1949년 분단 이후 처음으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역사적인 한 페이지를 열었다”고 했고, 마 총통은 “현재의 양안 관계는 1949년 이래 가장 평화적인 시대”라고 평가했다. 마 총통 집권 후 양안 관계는 경제와 사회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치까지 포함해 양국 관계가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하나의 중국’ 재확인, 대만 독립 세력에 경고=1시간 남짓 진행된 회담에서 두 정상은 공동 발표문을 내놓거나 공동 기자회견을 하지는 않았다. 구체적인 합의보다는 정치적 상징성에 무게중심이 있었다. 중국 쪽에서는 장즈쥔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임이 회담 내용을 설명했고, 대만 쪽에서는 마 총통이 직접 나섰다.
이날 회담은 1992년 합의한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골자로 한 ‘92공식(九二共識)’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92공식은 중국에서 주장했던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대만이 받아들이지만 해석은 각자 달리한다는 것으로 그동안 양국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 용어다. 시 주석은 “대만의 각 당파, 단체가 92공식을 견지하기를 희망한다”며 “국가를 분열하려는 어떤 행위에 대해 양안 인민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안의 최대 위협은 대만 독립 세력”이라면서 “대만 독립 세력은 양안의 평화발전을 저해하고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대만 야당인 민진당을 겨냥한 발언이다.
마 총통도 92공식 견지와 함께 적대 상태 완화와 분쟁의 평화적 처리, 양안교류 확대, 양안 핫라인 설치, 공동 중화문화 진흥 등 5대 의견을 제시했다. 핫라인 설치 문제는 시 주석이 “양측이 신속히 소통하고 오판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즉석에서 동의했다. 또한 시 주석은 대만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에 참여하고 적당한 방식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는 것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시 주석은 또 항일전쟁 역사를 거론하며 양안이 함께 공동 역사책을 쓰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왜 지금일까, “시진핑은 첫 정상회담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시마회(시진핑·마잉주 회담)’ 협상이 지난해부터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준비는 돼 있었고 시기만 정하만 됐다는 얘기다. 왜 지금일까. 가장 유력한 분석은 중국이 정권 교체 위기에 몰린 대만 국민당 돕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현재 대만 독립 노선으로 기울고 있는 야당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는 국민당 후보를 크게 앞서면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있다. 정융녠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홍콩 명보에 “대만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은 중국과 시 주석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반중(反中)인 민진당이 집권해도 양안 정부 간 교류는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미 민진당 집권 가능성을 높게 보고 민진당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민진당 집권 시 정상회담 성사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 임기 2개월여 남은 마 총통의 손을 잡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시 주석은 역사상 첫 양안 정상회담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했다는 얘기가 많다”면서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회담을 서두른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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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대만 정상회담] ‘하나의 중국’ 재확인… 兩岸 관계 최고조 과시
입력 2015-11-08 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