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3연패 독주… ‘위’에 맞설 자, 누구

입력 2015-11-09 19:07
“전체적으로 약한 팀이 없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펼쳐질 것 같다.”

여자프로농구 세 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춘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의 올 시즌 예상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여자프로농구가 시작돼 6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여자프로농구 6개 팀은 비시즌 기간동안 착실히 전력을 가다듬었다. 이에 올 겨울에는 그 어느 시즌보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예상된다. 6개 팀 사령탑으로부터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와 목표에 대해 물어봤다.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 위 감독은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목표는 우승이다. 1위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다른 5개 팀의 공적이다. 그래서 비시즌 기간 상대팀과 연습경기도 가져보지 못했다. 위 감독은 그러한 극심한 견제 속에서도 우승을 자신했다. 그는 우리은행 특유의 수비인 존 프레스(지역 수비 형태를 띤 압박수비)를 더욱 강화했다고 했다. 위 감독은 “우리가 잘 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해야 한다”면서 “새로 들어온 외국인 선수 쉐키나 스트릭렌도 열심히 연습해 존 프레스 수비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였던 인천 신한은행은 ‘명가 재건’을 꿈꾸고 있다. 신한은행은 2000년대 중후반 국내 프로스포츠팀 사상 최초로 6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하지만 우리은행 기세에 밀려 2인자에 머물러 있다. 신한은행은 최윤아, 김단비, 하은주, 신정자 등 국가대표급 라인업으로 우승에 도전한다. 정인교 감독은 “10년의 한을 풀겠다”고 다짐했다. 프로선수 시절 ‘사랑의 3점 슈터’로 유명했던 정 감독은 2005년부터 지도자로서 여자농구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패권을 차지하지 못했다. 정 감독은 “우리는 이미 성장한 팀이다. 백업도 탄탄한 편”이라며 “김단비를 위주로 기본기에 충실하고 영리한 농구를 한다면 우리은행을 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인 삼성생명은 아예 수장을 바꿨다. 임근배 감독에게 새 지휘봉을 맡기고 올 시즌에 임하고 있다. 임 감독은 남자프로농구 최고의 명장 유재학 감독을 무려 14년간 코치로 보좌하며 모비스 왕조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다. 삼성생명은 임 감독이 그 ‘우승 DNA’를 팀에 심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 감독은 유 감독과 비슷한 농구를 추구하고 있다. 국내 선수 중심으로 모두가 열심히 뛰는 ‘토털농구’다. 임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아닌 국내 선수가 중심이 돼 재미있는 농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젊은 선수들이 연습 때는 잘하지만 막상 경기할 때면 부담감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다리고 꾸준히 시간을 준다면 좋은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천 KEB하나은행은 지난 시즌 마지막 6라운드에서 5전 전승을 거두며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올해는 교포선수 첼시 리가 가세하며 골밑이 탄탄해졌다. 여기에 남녀 프로농구 사령탑 중 최고참인 박종천 감독의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우승을 꿈꾼다. 박 감독은 “하나은행은 이제 10년 이상 높이에 대해선 다른 팀보다 우위에 있게 됐다”면서 “올해는 한 번 최선을 다해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다만 여자농구 최고 인기 선수인 가드 신지현이 부상으로 빠진 게 뼈아프다. 박 감독은 “신지현의 공백은 김이슬과 염윤아, 서수빈 등이 돌아가면서 메울 수 있을 것”이라며 “에이스 김정은을 중심으로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준다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꼴찌에 머물렀던 구리 KDB생명은 김영주 감독에게 3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맡기고 새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11년 최강으로 군림하던 신한은행의 유일한 대항마로 이름을 떨쳤던 KDB생명은 김 감독이 물러난 후 지난 세 시즌 간 꼴찌 두 번, 5위 한 번을 기록하는 등 나락으로 떨어졌다. 돌아온 김 감독은 선수들이 패배의식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김 감독은 “우리가 계속 하위권에 머물렀기 때문에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면서 “그러다 보면 기회가 생겨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시즌 동안 젊은 선수들을 많이 육성했지만 아직 수비적인 면에서 적응이 덜 됐다”면서 “이경은이 정상적인 기량을 찾고 김소담, 허기쁨 등이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리은행에 분패한 청주 KB국민은행은 전매특허인 외곽슛과 신구조화로 우승에 도전한다. 국민은행은 ‘양궁농구’라는 별명에 맞게 선수들의 외곽슛이 일품이다. 올 시즌에도 경기당 평균 3점슛이 7개로 1위에 올라있다. 또 국내 여자농구 최고 테크니션인 변연하가 건재하고 홍아란, 강아정 등 신예들의 기량도 급상승하고 있다. 다만 서동철 감독이 십이지장 종양 제거 수술을 받느라 현재 팀을 지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말 서 감독이 복귀할 때까지 지휘봉을 물려받은 박재헌 코치가 어떻게 팀을 운영하느냐에 올 시즌 성패가 달렸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