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진애] 가뭄에 대비하는 기본원칙

입력 2015-11-08 17:58

입동에 비가 내렸다. 꽤 내렸지만 가뭄 지역에는 말 그대로 언 발에 오줌일 뿐이다. 상습 물 부족에 시달리는 산간도서 지역뿐 아니라 남부와 제주 빼고 다른 지역 모두 가뭄에 시달린다. 가장 심한 충청권에는 그 큰 예당 저수지도 말랐다. 강화의 고려 저수지에도 메마른 초지와 물웅덩이만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가 만성적인 물 부족 국가는 아니지만 최악의 가뭄에 대한 예보는 20여년 전부터 있었다. 엘리뇨, 라니냐 현상이 아니더라도 주기적인 물 부족 현상은 불가피하다. 대응책에 대해 학계의 정설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노후 상수도 관 정비이다. 지역에 따라 40∼60%가 관에서 줄줄 샌다. 그런데 눈에 안 보이는 인프라 작업인지라 생색낼 수 없어서 그런지 정부 투자 계획은 들어본 바가 없다.

둘째 상류지역에서의 다양한 상수원 확보이다. 그런데 광역화하면서 큰 댐 위주로 가다보니 상수원을 지나치게 많이 폐쇄했다. 개발이익과도 맞물려 상수원 보호구역을 해제하는 경우도 많다.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는 충청권에는 상수원의 숫자가 3분의 1로 줄었다.

셋째, 실핏줄 같은 지천에 다양한 수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변 바닥에 쌓인 토사도 걷어주고 필요한 곳에는 작은 수중보로 물을 저장해주고 유수지도 마련해 주는 게 그것이다. 소규모 저수지를 끈기 있게 관리하고 만드는 일도 빠뜨릴 수 없다. 미세기후 변동이 심한 만큼 물 체계도 섬세한 체계를 갖추라는 것이다.

이런 기본 원칙들은 완전 잊혀졌다. 대신에 큰 것 좋아하는 정부는 반대 많은 4대강 사업이나 대형 댐 사업을 선호한다. 이제는 썩은 물을 상류로 끌어들이는 도수로 사업을 하겠단다. 대형 토목업자들만 살판나게 하고 우리의 물 생태계를 완전 망쳐버리려고 작정했나. 이 악순환을 어떻게 깨야 하나. 물이 썩으면 농작물이 병들고 동물이 병들고 결국 사람들이 병난다. 우리나라의 물 관리체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생각으로!

김진애(도시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