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IS 공포’] BBC “러 여객기 이륙 직전 누군가 폭탄 실어”

입력 2015-11-06 21:20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발생한 러시아 여객기 추락사고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폭탄 테러라는 추정에 힘이 실리면서 전 세계 항공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IS 테러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동안 대규모 국제테러를 직접 실행하기보다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를 부추겨 산발적으로 국지성 테러를 일으키는 데 주력해 왔던 IS의 테러 전략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영국 BBC방송은 6일(현지시간) “정보기관 분석가들은 여객기가 샤름엘셰이크 공항에서 이륙하기 전에 폭탄이 기내에 실린 것으로 믿고 있다”며 “기내 수화물 칸에 들어갈 수 있는 누군가가 이륙 직전 수화물 속이나 수화물 위에 폭탄을 올려놓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사고 원인을 살펴온 영국 합동테러분석센터가 지난 4일 시나이 반도에 있는 ‘IS’와 연계된 반군들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들을 포착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미 CNN 등도 영미 정보기관이 위성을 통해 시리아와 이집트 IS 조직원들 사이의 전자통신을 포착해 ‘기내에 폭탄을 실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세부 메시지 분석을 확인한 결과 승객 또는 샤름엘셰이크 공항 지상근무 직원이 기내에 폭탄을 실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 이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5일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폭탄이 비행기에 실려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IS 연계세력에 의한 테러로 밝혀질 경우 IS의 테러전략 진화에 따라 국제사회의 IS 대응 구도는 요동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IS가 국지적 영향력을 벗어나 과거 알카에다 전성기처럼 범세계적 규모의 테러를 자행할 역량을 과시하고 ‘내부의 적’을 이용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CNN은 “(이번 사건이) 9·11 이후 최악의 테러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에 이어 미국의 여객기가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교통안전청장을 지낸 존 핼린스키는 블룸버그 통신에 “IS의 소행으로 확정된다면 이는 항공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배후 지원에서 공습 지원으로 IS 대응 수위를 높여온 러시아가 자국 항공에 대한 테러를 계기로 ‘피의 보복’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포로 없는 절멸’을 기조로 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對)테러전 성향상 ‘무자비한 보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 정부는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사고 지역 여행자제령을 내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국 정부는 사고기가 이륙한 샤름엘셰이크 공항에서 영국 항공기 이륙을 전면 중단시키고 자국 군 인력을 직접 파견하는 ‘단기비상조치’를 발동했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일본 등 각국은 이날 일제히 샤름엘셰이크에 대한 여행자제령을 내리고 여객기 사용에 주의를 당부했다. 우리 정부 역시 해당 지역 방문 자제와 함께 시나이 반도에 체류 중인 교민들의 조속한 철수를 당부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