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9월부터 북한에 당국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을 세 차례 제안했지만 북측은 사실상 모두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8·25합의’로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 흐름이 먹구름에 휩싸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을 자제하고 있고 민간교류가 확대되는 등 긍정적 신호도 많아 비관은 이르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6일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월 21일 북측에 통지문을 보내 예비접촉을 제안했다. 북한은 이틀 뒤 “고위급 접촉 합의가 성실히 이행되기를 바란다”면서도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인권법 제정, 북한 도발설 확산 등 통일부 당국자들이 남북 대결을 선동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정부는 사흘 뒤 다시 예비접촉을 촉구하는 통지문을 보냈지만 이후 북한은 47일째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에도 통지문을 보내 예비접촉을 요청했지만 북한은 “평양으로부터 (통지문을 받으라는) 지시가 없었다”며 수령조차 거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간 여러 현안은 당국회담을 개최해 논의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북한은 8·25합의에서 얘기됐듯 당국 간 대화에 성실히 호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지문은 세 차례 모두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 담당 비서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당초 전문가들은 이달 초쯤이면 당국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됐다. 남측은 9월 한·중 정상회담과 10월 한·미 정상회담, 한·중·일 3국 정상회의 등 주요 외교 일정을 마쳤고, 북측 또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를 끝내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이산가족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대화의 기틀도 마련됐다.
하지만 북한이 우리 제의를 세 차례나 거절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은 당국회담 의제와 비핵화 문제가 연계되는 걸 최대한 피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당장 당국회담을 받는다면 비핵화 메시지에 대한 반응으로 비칠 수 있어 시간을 두고 대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2년여 만에 회복되면서 당국회담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는 측면도 있다. 양국 관계가 정상화 궤도에 오르면서 남북관계를 다급하게 복원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완화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노동자축구대회 개최 등 남북교류는 더 활발해지는 추세여서 쉽게 예단하기는 힘들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던 북한 매체들 또한 8·25합의 이후 대남 비방을 부쩍 자제하는 분위기다. 조만간 북측이 전향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정부, 3차례나 ‘당국회담’ 요청… 北, 수령조차 거부
입력 2015-11-06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