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프로젝트’는 손상규(38), 양종욱(36), 양조아(32) 등 배우 3명에 연출가 박지혜(30)까지 4명으로 이뤄진 공동창작집단이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연극적 실험을 통해 작품마다 평단과 관객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9년 대중에게 처음 얼굴을 알린 ‘십이분의 일’ 이후 ‘개는 맹수다’ ‘죽음과 소녀’ ‘오셀로’ 등 이들이 발표한 일련의 연극들을 보면 그럴 듯한 세트나 소품은 없다. 대신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무대를 채우며 관객에게 핵심을 전달하고 있다.
4명은 원래 대학에서 각각 법학, 화학공학, 실용음악, 국어교육을 전공했지만 20대 후반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하며 친분을 다졌다. 처음엔 두 남자배우 손상규와 양종욱이 의기투합하면서 자신들의 성(姓)을 따 ‘양손’이란 이름을 붙였다. 2011년 ‘개는 맹수다’에서 여배우 양조아와 연출가 박지혜가 합류하면서 지금의 양손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지난해부터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고 있는 양손 프로젝트가 신작 ‘폭스파인더’를 13∼28일 선보인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이들은 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팀이 짧은 시간 안에 여러 편의 작품을 만들긴 했지만 아직도 시작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연극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라 배우고 있다”고 겸손해 했다.
이들은 연출가가 중심이 돼 작품을 만드는 일반적인 극단과 달리 공동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연출가나 배우 구분 없이 각각 아이디어를 내고 즉흥연기를 통해 장면을 구성한다. 그리고 작품 방향성이 구체화되면 박지혜가 대표집필과 연출을 하고, 배우들은 연기에 몰입하게 된다.
가장 연장자인 손상규는 “넷이 공동으로 작품을 만들어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작품 선택부터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갖는다”면서 “가족 같은 사이지만 연극을 만들어가는 동안 싸움도 진짜 많이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의 연극이 다른 연극과 구분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제작 과정 때문이다. 양종욱은 “배우로서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연극을 함께 만들고 싶어 팀을 꾸렸다”고 했다.
그간 무대에 올린 작품들은 원작 희곡을 좀 더 강렬하게 재구성하거나, 소설을 연극화한 작업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박지혜는 “소설을 연극화하는 기획에 잇따라 참여하면서 많아졌을 뿐”이라며 “그동안 우리가 했던 작품들을 보면 하나같이 개인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중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는 만큼 무대 위에서 배우의 연기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양조아는 “특별한 세트 없이 연기만으로 관객과 소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배우의 부담이 큰 편”이라면서도 “하지만 훈련 과정을 통해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폭스파인더’는 영국의 여성 극작가 던 킹이 2011년 내놓아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여우를 수색하기 위해 정부에서 파견한 조사원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마을 사람들과 갈등을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양손 프로젝트는 이전과 달리 이 작품은 거의 대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워낙 각각의 장면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편집이 불필요하다고 봤다. 그렇다고 해서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재현하지는 않는다. 인물 내면에 집중하는 양손 프로젝트의 특징은 사라지지 않는다.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양손 프로젝트는 내년에도 신작 3편 정도를 공연할 계획이다. 4명의 멤버들은 “경제적으로는 어려워도 연극을 재미있게 만들어가고 있다. 연극을 선택함으로써 생활인으로서 안정적인 궤도에서는 벗어났지만 불안정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전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연출가·배우가 작품 공동창작 ‘연극계 프런티어’… 과감·도전적 연극 실험 ‘양손 프로젝트’
입력 2015-11-08 18:22 수정 2015-11-08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