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꺾일 것” 전망에… 건설사 M&A 꼬인다

입력 2015-11-06 19:31

건설업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연초 활발하게 진행되던 분위기가 하반기 들어 돌변했다. 내년부터 건설·부동산 경기가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면서 돈을 가진 업체들이 건설사 매물 인수에 선뜻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건설 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동부건설의 매각 본입찰이 저조한 성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달 27일 마감된 본입찰에 불과 1개 업체가 참여하며 가까스로 유찰을 피했다. 앞서 예비입찰에서는 국내외 6개 업체가 참여하며 매각 흥행 조짐도 보였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김빠진 결과가 도출된 셈이다. 향후 협상과정에서 본입찰 참여 업체가 제시한 가격이 채권단 기대금액과 차이가 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까지 두 차례나 매각이 불발된 극동건설은 연말 세 번째 도전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00억원대의 회생채권 등을 감당할 만한 대형 업체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광토건과 우림건설, 성우종합건설, STX건설 등도 올해 안에 M&A를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에 돌입하겠다는 각오지만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쌍용건설, LIG건설, 동양건설산업 등이 잇따라 매각에 성공하면서 올해 건설사 M&A가 활발하게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었다. 그러나 업황이 악화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줄줄이 유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6일 “건설업은 수주산업이기 때문에 M&A 시장에서 수주 가능성, 기술역량 등 기업 내적요인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경기침체, 대외 불확실성 등 외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고 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개최한 ‘2016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를 통해 내년 국내 건설 수주액이 대폭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공공 분야에서 2조5000억원이 줄고, 민간 분야는 무려 12조1000억원이 감소될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71만 가구를 기록했던 주택 인허가는 내년 48만 가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공공주택 분양물량(승인 기준)도 올해 48만 가구보다 줄어든 34만 가구로 예상됐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2016년 경제·산업전망 세미나’에서도 내년 해외 신규수주액이 올해 대비 30∼40% 줄고, 국내 주택 신규수주액은 20∼30% 위축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시장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건설업 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내년엔 경기가 더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 매물은 쏟아지는데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들이 주저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매물로 나온 건설사 중 1∼2곳만 M&A에 성공해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