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에 영혼 팔았다가 사랑으로 구원 받는 인간 다룬 오페라 두 편 잇달아 무대에

입력 2015-11-08 18:24 수정 2015-11-08 20:02
베이스 연광철(오른쪽)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연습을 하고 있다.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로 꼽히는 연광철은 이번 작품에서 노르웨이인 선장 달란트 역으로 출연한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악마에 영혼을 팔았다가 사랑으로 구원받는 인간을 그린 두 편의 오페라가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18∼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오페라단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과 25∼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펼쳐지는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독일 오페라의 거장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출세작이다. 북유럽 전설과 하인리히 하이네의 소설에서 소재를 가져온 이 작품은 폭풍에 휘말려 죽을 위기에 처한 네덜란드인 선장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목숨을 구하지만 끝없이 바다를 방랑하는 저주를 받는데서 시작된다. 다만 악마는 사랑하는 여인이 나타나면 저주에서 풀어주겠다고 약속하면서 7년에 한 번씩 육지에 오를 수 있도록 해줬다. 네덜란드인은 자신을 불쌍하게 여긴 노르웨이인 선장 달란트의 집을 방문했다가 선장의 딸 젠타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사랑을 믿지 못한 네덜란드인이 떠난 뒤 젠타는 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는다. 그러자 네덜란드인의 배가 침몰하면서 젠타와 네덜란드인이 환영처럼 바다에서 솟아올라 하늘로 오른다. 저주가 풀린 것이다.

취리히 오페라극장 음악감독 출신의 스위스 노장 랄프 바이커트가 지휘를 맡고, 국립오페라단에서 ‘박쥐’를 히트시킨 영국 연출가 스티븐 로리스가 연출을 맡아 바그너의 초기 예술세계로 안내한다. 한국의 자타공인 바그너 스페셜리스트인 베이스 연광철, 바리톤 유카 라질라이넨, 소프라노 마누엘라 울 등이 출연한다.

‘파우스트’는 서울시오페라단이 창단 30주년을 기념해 오랜만에 올리는 대작이다. 독일 대문호 괴테의 동명소설 가운데 1부에 해당하는 ‘파우스트와 마르그리트’를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1818∼1893)가 오페라로 만들었다. ‘보석의 노래’ 등 주옥같은 아리아가 많은 이 작품은 파우스트를 소재로 한 오페라 중 가장 인기가 높다.

신학, 철학, 법학, 의학 등에 통달한 파우스트 박사는 노인이 되어 학문의 부질없음에 회의를 느껴 목숨을 끊으려 한다. 이때 악마 메피스토텔레스가 나타나 그에게 젊음과 영혼의 거래를 제안한다.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청춘을 되찾은 파우스트는 아름다운 처녀 마르그리트와 사랑을 나누며 인생을 즐긴다. 마르그리트는 처녀의 몸으로 파우스트의 아이를 가진 채 버림받는다.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오빠는 동생의 추문을 듣고 파우스트와 결투를 벌였지만 목숨을 잃고 만다. 결국 미쳐버린 마르그리트는 아이를 죽인 뒤 숨을 거둔다. 파우스트는 뒤늦게 회개하지만 메피스토텔레스에게 붙잡혀 지옥으로 끌려가게 된다. 하지만 순결한 마르그리트의 영혼 덕분에 구원을 받는다.

이번 작품은 동양인 최초로 베를린 슈타츠 오퍼에서 부지휘자로 활동한 바 있는 윤호근이 지휘를 맡고 독일 다름슈타트 주립극장 예술감독 출신의 노장 존 듀가 연출을 담당했다. 이원종 김승직 정주희 박기현 등 재능 있는 신인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