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진과 국정화 반대자에 대한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근거 없는 비방과 협박성 글, 반말과 욕설로 범벅된 언어 테러, ‘개인 신상 털기’ 등이 횡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된 온라인 공간을 악용한 무차별 공격의 폐해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4일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와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대표집필진으로 공개하자 기다렸다는 듯 이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글이 쇄도했다. 6일 성희롱 의혹으로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최 명예교수에겐 ‘친일식민사관을 정립시킨 이병도의 제자. 이병도는 매국노 이완용의 조카’ ‘치매가 있는 노인네’ ‘나이 드시고 욕 드시고 노망까지 들었나’, 신 명예교수에겐 ‘나라를 망치는 늙은이’ 식의 댓글이 이어졌다. 나아가 집필 참여가 예상되는 학자·교수들에 대해서도 ‘후손들이 친일파 이완용과 함께 거론될 것’이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인격모독은 자칫 집필진 비공개 명분을 제공해 집필 과정의 투명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국정화에 반대 목소리를 낸 유명인을 향한 공격도 문제다. 국정화 반대 콘서트를 열었던 가수 이승환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반국가 선봉에 섰던 종북 가수 신해철이 비참하게 불귀의 객이 됐다. 다음은 빨갱이 가수 이승환 차례’라는 내용의 협박 메시지를 공개했다.
국정화에 대한 찬반 논쟁이 수개월째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역사 해석과 서술 방식에 대한 여러 견해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잘만 이용하면 고품격·고품질 교과서를 만드는 자양분으로 쓸 수 있다. 인신공격이나 비방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건전한 토론을 방해할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사실관계에 입각해 이성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우리 모두가 원하는 역사 교과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사설] 교과서 집필진 둘러싼 폄하·왜곡 도 넘었다
입력 2015-11-06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