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나쁜 짓을 할까? 왜 다른 사람을 계획적으로 공격하고 폭행하고 죽일까? 왜 어떤 사람은 충동을 이기지 못해 불을 지르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고, 금지된 도박을 하다 범죄자가 되는 걸까?”
다소 도발적인 이 질문에 대해 미국의 신경심리범죄학자 에이드리언 레인 박사는 최근 국내에 소개된 저서 ‘폭력의 해부’(흐름출판)를 통해 “타고난 유전자와 뇌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는 답을 내놨다.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 살인자, 연쇄살인자, 사이코패스 등 범죄자들은 특정 유전자의 결함 때문에 폭력적인 성향을 지니게 되고 뇌의 특정 영역이 발달하지 않았거나 활성화되지 않아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까지 폭력의 원인을 사회적·환경적인 요인에서 찾았다. 어린 시절 주거환경, 청소년기의 친구관계, 불합리한 사회제도와 교육제도 등 개인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은 사회적 경험과 영향 탓으로 범죄자가 되고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레인 박사는 범죄자의 씨가 따로 있다는 생각, 범죄자가 태어날 때부터 결정될 수도 있다는 가설이 뇌 촬영기술 발달과 유전자 연구에 힘입어 속속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범죄의 근원이 양육 환경보다 천성 쪽에 더 가까이 있다는 해석이다.
병적인 ADHD, 도박 중독, 방화광, 인격장애 등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선완 교수는 “우선 충동적으로 반사회적 행동과 폭력성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가 따로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연구결과 MAOA 유전자 등에 변이가 생기면 충동성은 높아지고 주의력이 낮아지며 약물 및 알코올 남용은 물론 충동적 공격성으로 성격이 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될 때도 공격성과 폭력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많아져도 충동성이 강해진다.
뇌가 고장 나도 문제가 된다. 충동을 억제시키는 일을 하는 전두엽, 즉 앞머리 쪽이 손상됐을 때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소영 교수는 “전두엽의 발달이 늦거나 사고나 병으로 손상되면 충동조절 외에도 감정 조절, 계획 짜기, 문제해결, 추상적 생각 등과 같은 고차원적 뇌기능이 저하된다”고 지적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충동조절장애, 어떤 질병인가] “반사회적 행동·폭력 유전자 따로 있다”
입력 2015-11-06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