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김치는 ‘담그다’ 그릇엔 ‘담다’

입력 2015-11-06 21:18 수정 2015-11-06 21:28

“어머니, 저는 김치 담을 줄 몰라요. 이번에 김장하실 때 저희 것도 열 포기만 담아 주세요. 가지러 갈게요.”

김장철이 되어 며느리가 시어머니께 살짝 하는 말인데, 설마 그릇에 김치를 담을 줄을 모를까요? 담글 줄을 모르겠지요. 김치를 가져다 먹게 다른 통에 좀 옮겨 담아 놓아 달라는 얘기로 들리나요? “저는 김치를 만들(담글) 줄 모르니 어머니가 좀 만들어(담가) 주세요”라고 한 말일 것입니다.

‘담그다’와 ‘담다’를 혼동해서 생기는 일인데, ‘담그다’는 “늦가을 계곡물에 손을 담그니 얼음장처럼 차갑더라”처럼 ‘액체 속에 무엇을 넣다’ ‘김치나 술, 장, 젓갈 따위를 만드는 재료를 버무리거나 물을 부어서 익거나 삭도록 그릇에 넣어 두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요. “겨울에 잡히는 흰 잔새우로 담근 새우젓을 동백하(冬白蝦)젓이라고 한다”처럼 말합니다.

‘담다’는 물론 ‘물건을 그릇 따위에 넣다’ ‘어떤 내용이나 사상을 그림, 글, 말, 표정 따위 속에 포함하거나 반영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요. ‘선물에 정성을 가득 담다’처럼.

가뭄이 심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채소 작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 합니다. 땀 흘린 분들 생각해서 넉넉히 김치를 담가 두었다가 잘 익으면 예쁜 그릇에 담아 맛있게 드세요.

어문팀장 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