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은 죽었다? 3색 변주 보라… 김호득·조환·김선두, 수묵 후배 세대 3人의 ‘당대수묵전’

입력 2015-11-08 18:07
김호득, ‘겹-사이’ 광목에 먹. 학고재 갤러리 제공
조환, ‘무제’ 강철에 폴리우레탄. 학고재 갤러리 제공
김선두, ‘싱그러운 폭죽’ 장지 콜라주, 먹과 분채. 학고재 갤러리 제공
“오기로라도 먹을 고집하고 싶었다.”(김호득·65)

“수묵전시에 웬 철이냐고? 수묵은 정신이다. 어떻게 변용하느냐가 중요하다.”(조환·57)

“먹 속에 있다는 오색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한다.”(김선두·57)

시대가 바뀌어 전통 회화의 길을 걷기가 녹록치 않다. 수묵 현대화의 선구자 서세옥 화백의 후배 세대는 어떻게 수묵의 길을 걷고 있을까.

서울 종로구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최되고 있는 ‘당대수묵’전은 동양화에서 출발한 대표적인 중견 화가 3인의 수묵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방법을 볼 수 있는 전시다.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해 서 화백의 직계 제자인 김호득은 망설임 없는 일필휘지로 다양한 연작을 만들어왔다.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나 “현대 수묵이 계속 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희망보다는 절망을 더 많이 본다”며 “그래서 오히려 먹만으로 신선한 감각을 주려고 몸부림친다”고 토로했다. 일획의 선에 면을 덧대어 새로운 공간감을 연출하는 시도가 눈길을 끈다. 바탕재 역시 종이 외 광목천, 캔버스천으로 확장한다.

중앙대 한국화과를 나온 김선두는 장지 기법, 콜라주 기법 등 실험적 방식으로 동양화를 다채롭게 표현한다. 신작 ‘싱그러운 폭죽’은 두 기법을 모두 사용한 예다. 봄꽃을 필묵으로 그린 후 오려낸다. 그러곤 남은 바탕 종이를 넓은 장지에 붙임으로써 장지에 칠해진 화사한 바탕색이 원래의 필선처럼 보이는 효과를 낸다. 김 화가는 “동양화든 서양화든 전통과 현대적인 요소를 자기 안에서 조화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대 회화과 출신의 조환은 궤도를 보다 멀리 돈다. 철판을 바탕 삼아 글씨를 쓴 뒤 이를 오려낸 작업을 선보였다. 서예가이기도 한 그가 당나라 장위의 반야심경을 임서한 글씨다. 그는 “붓 대신 용접기를 잡은 것일 뿐”이라며 “먹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한다. 고정불변인 것은 없더라”고 했다.

아시아 동시대 수묵의 새로운 담론을 모색하는 취지로 기획된 이번 전시에는 파라마운트 영화사 로고 등 대중적 이미지를 차용해 동서양의 충돌을 수묵으로 표현하는 웨이칭지, 검지를 이용한 지문 그림의 장위 등 중국 작가 2명도 참여했다. 한·중 수묵작가들의 공통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29일까지(02-720-1524).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