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과정 중 어느 순간에 경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이 경쟁 구도에 갇혀버린 시대이다. 가을 단풍의 끝자락을 잡으며 찬 이슬과 소슬바람을 견뎌야 하는 11월은 생명체 모두에게 경쟁을 강요하는 힘든 시기이다. 야생에서는 눈 오기 전에 마쳐야 할 일들로 생물들 간 분주한 경쟁이 절정에 이르는 때이다. 겨울나기를 위한 먹이와 보금자리 확보를 위한 경쟁은 다른 종들 간에는 물론 동종 내에서도 일어난다. 일상 남들과의 경쟁을 강요당하는 우리네 삶도 이들의 치열한 경쟁적 삶과 그리 다르지 않다.
동일한 종내경쟁 중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것이 먹이 습득을 위한 원초적인 경쟁이다. 생존 본능을 충족하기 위한 개체 간의 먹이자원 경쟁은 모든 생물 종에서 일어난다. 심한 경우 경쟁자들 간의 물리적인 충돌로 서로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승자가 자원을 독식하는 경쟁이 일어나는데 이러한 경쟁관계를 대결경쟁(contest competition) 또는 간섭경쟁(interference competition)이라 한다.
이와는 달리 심각하거나 긴장감 있는 물리적 충돌 없이 자원을 누가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는가에 무게 중심을 둔 경쟁구도가 있다. 이 경우를 분산경쟁(scramble competition) 또는 이용경쟁(exploitation competition)이라 한다. 이는 승자독식이 아니라 모두가 조금씩 자원을 나누어 갖는데 그 양에 있어 다소의 차이가 나는 경쟁관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결경쟁과 분산경쟁의 용어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사용되는데, 특히 경쟁의 영향적(결과적) 측면에서의 비교 개념으로 활용될 때 쓰인다.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정녕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경쟁의 궁극적 형태는 어떠한 것이어야 할까. 경쟁에서 승자의 위치에 오른 이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시스템, 대결경쟁이 일반화되는 사회, 1등만 기억하는 세상만큼은 피해야 할 듯하다.
수능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시험대를 심한 경쟁구도 속에서 맞이하는 대입 수험생들. 그러나 경쟁은 삶의 한 부분이며 모두 극복될 수 있는 것들이고, 맞고 있는 이 경쟁의 순간 역시 곧 지나갈 것이니 부딪혀 한판 승부를 펼쳐야 한다. 수능에 임하는 수험생 모두 목표하는 성과를 얻기를 기원한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사이언스 토크] 수능, 또 하나의 경쟁
입력 2015-11-06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