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베트남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시 주석의 베트남 방문은 2013년 주석 취임 이후 처음이다. 중국 정상의 베트남 방문은 2006년 11월 후진타오 주석 이후 9년 만이어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양국은 1979년 국경선 문제로 전쟁까지 치르고 1980년대 내내 국경선 획정을 두고 산발적인 전투를 벌였다. 최근에는 남중국해 시사군도(베트남명 호앙사군도)를 놓고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다.
시 주석은 하노이 도착 후 성대한 공식 환영식으로 환대를 받은 뒤 베트남 권력서열 1위 응웬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응웬 떤 중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은 6일 오전 베트남 의회에서 연설한다. BBC중문망은 외국 정상이 의회 연설을 하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로 중국 측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의회 연설 후 쯔엉 떤 상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시 주석은 이후 베트남 공산당 청년대표들을 만난 뒤 호찌민기념관을 참관할 예정이다. 베트남에서는 베트남을 찾는 외국 국가원수는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해외에서는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정상의 역할을 한다.
시 주석의 도착에 맞춰 곳곳에서는 반중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시위대들은 ‘×’자를 표시한 시 주석의 사진을 들었다. 지난해 5월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지역에서 석유 시추를 추진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됐다. 베트남 당국은 ‘레드카펫’을 깔아 시 주석을 환대하면서도 시위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
베트남은 최근 미국과 한층 가까워지면서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고 공산당 서기장은 사상 처음 지난 7월 미국을 방문했다. 한편으로는 지난 9월 중국의 전승 70주년 열병식에 쯔엉 떤 상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등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실리외교를 펼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남중국해 인공섬 문제로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베트남의 지정학적·전략적 가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웨링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신화통신에 “시 주석의 베트남 방문은 현존하는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베트남과 가까워지려는 모습을 통해 국제사회에 중국의 신뢰감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가 바로 베트남의 권력 교체기라는 점도 시 주석의 방문에 또 다른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당장이 아닌 미래의 지도자를 상대로 한 심모원려(深謀遠慮·깊은 꾀와 먼 장래를 내다보는 생각)의 외교 전략이 숨어있을 수 있다. 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아시아 전문가 머레이 히버트는 로이터 통신에 “시 주석은 베트남 방문 중에 반중·친미파 지도자들의 마음을 얻어 국면을 전환시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이날 남중국해 순시를 위해 현지에 파견된 자국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호에 탑승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카터 장관의 이번 남중국해 순시는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강조하기 위한 시위의 하나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시진핑 취임 후 첫 베트남 방문] 갈등과 협력 사이… 시진핑에 레드카펫 깔아준 베트남
입력 2015-11-05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