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harmony)는 배려와 나눔의 공동체 정신이다. 하모니는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면 생기는 행복 바이러스다. 현재 우리는 정치·사회적인 갈등 속에서 살고 있지만 세대간의 하모니, 관계의 하모니, 지역간의 하모니를 이뤄야 한다. 청년과 노년이 함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비전케어 권택명 장로의 ‘커피셔틀’이 감사의 향기를 전한다. ‘수형자들의 어머니’ 이숙경 권사의 지휘봉은 잠자고 있는 우리 안의 하모니를 깨운다. 재능기부로 지역사회를 섬기는 ‘디아코이노’는 주는 기쁨이 받는 기쁨보다 크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권택명(65) 사랑의교회 장로는 국제실명구호기구인 비전케어(vcs2020.org)의 ‘임시’ 직원이다. 김동해 이사장의 요청으로 석 달 동안 출산휴가 중인 사무국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권 장로는 2013년 말 외환은행나눔재단 상근이사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길 유네스코회관에 있는 사무실을 찾았다. 비전케어 직원 10여명은 모두 20·30대.
먼저 직원들에게 권 장로와 일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지 물었다. 박선희(29) 간사는 ‘푸힛’ 웃었다. “‘커피셔틀’ 아세요? 장로님이 커피를 배달하세요. 주로 오후 2시쯤 한참 카페인이나 당분이 필요할 때…. 저희도 처음엔 당황했는데 장로님이 ‘내 역할’이라고 하셨어요. 영화 ‘인턴’의 주인공 벤처럼 센스 있죠? 늘 작은 일에도 기뻐하시고 활기차시고…. 장로님이랑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인턴’에는 정년 은퇴 후 인턴으로 재취업한 70세 벤 휘태커(로버트 드니로 분)가 등장한다. 오현정(31) 간사는 보고서를 ‘피드백’ 받은 얘기를 꺼냈다. “제가 최근 에티오피아 사업보고서를 냈는데 장로님이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자세한 팁을 주셨어요. 제가 그런 서식에 익숙지 않아 너무 감사했어요.” 직접 본 그 메일은 ‘멋쟁이 오 간사’로 시작했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로 끝나고 있었다.
지난 9월 추석 때 권 장로는 전 직원에게 ‘연휴 마음껏 즐기고 오시라’는 이메일 편지와 함께 자비로 상품권을 선물했다. 한 간사는 “저희끼린 거의 명절 인사 문화가 없는데 장로님이 덕담하시고 선물까지 주셔서 감동했어요. 사실 우리와 같은 비영리단체 간사에게 2만원 문화상품권은 참 커요. 아까워서 못 쓰고 있어요”라고 했다. 그 간사의 눈에 눈물이 비쳤다.
권 장로는 “비전케어는 전 세계 1만7000여명의 눈을 뜨게 했어요. 봉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출근합니다. 나이는 특권이 아닙니다. 대접받으려 하기보다 상대를 배려하려고 애써요. 시니어는 인턴의 벤처럼 먼저 나서서 충고하지 않고, 젊은이들이 요청할 때 조언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일터의 하모니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배려’입니다”라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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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 권택명 장로 “나이는 특권 아냐… 대접을 받기보다 상대 배려부터”
입력 2015-11-06 18:55 수정 2015-11-06 2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