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헌법학자들은 위헌성을 놓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법률이 아닌 장관 고시로 교과서를 국정화할 수 있게 한 초중등교육법은 위헌’이라는 주장과 ‘국정화 자체만으로 기본권 침해는 아니다’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출판사 재산권 침해” 의견도=위헌성을 다툴 수 있다는 측은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교육제도 법정주의’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초중등교육법이 교육제도 등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법률로 정하게 한 헌법 31조 6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29조 2항은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서 국정 교과서 범위를 정할 수 있게 위임하고 있다. 이어 해당 규정은 ‘국정 교과서는 교육부 장관이 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건국대 한상희 교수는 5일 “사실상 어떤 과목을 국정으로 할지에 대한 법률 지침이 하나도 없는 것”이라며 “법률의 위임 범위가 넓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반면 국정화 자체를 위헌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려대 장영수 교수는 “국정 교과서가 편향성 없이 제대로 서술됐다면 기본권 침해로 보긴 어렵다”며 “검인정 교과서도 특정 교과서로 배우는 학생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고 했다. 다만 장 교수는 “정부 주도 하에 편향된 교과서가 만들어지거나 과정이 불투명했다면 위헌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 교과서로 인해 헌법상 어떤 권리가 침해됐는지를 놓고도 해석이 달랐다. 한 교수는 “교사들은 헌법 31조 4항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침해를, 학생들은 교육권과 양심형성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익명을 요구한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A교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특정 권리라고 보기 어렵다. 아예 헌재 판단 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교과서 출판사의 재산권 침해로 보는 게 합당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A교수는 “사실상 가게를 차리고 인테리어까지 했는데 정부가 장사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 출판사들은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26년 만의 국정 교과서 헌법소원?=교과서 국정화 자체를 문제 삼는 헌법소원은 1989년 제기된 사건이 유일하다. 헌재는 국어 교과서 국정화가 위헌이라며 제기된 당시 헌법소원에 대해 1992년 8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다만 “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수요가 없거나, 연구가 충실하지 않을 수 있는 과목을 제외하면 국정보다는 검인정이 헌법 이념을 고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무조건 국정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며 “검정이든 국정이든 국사 교과서에 다양한 의견을 담으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 교수는 “국정화가 실질적 측면에서 좋지 않지만 법체계상 위헌이 아니라고 본 것”이라며 “사실상 국정화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헌재는 26년 만에 국정 교과서 헌법소원을 다루게 된다. A교수는 “법원에 고시무효 관련 행정소송을 내고 추가로 위헌심판 신청을 하는 등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쓰는 게 좋다. 학부모, 교사, 학생, 출판사 등 각계각층을 청구인단에 포함시키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헌법소원이 적합할 것”이라며 “학생과 교사가 포함되면 충분히 헌재 판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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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05 22:22 수정 2015-11-05 2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