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의 국사편찬위원회는 5일 무거운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3층짜리 본관 건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정문에서부터 외부인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진재관 국편 편사부장에게 방문을 원한다는 전화를 걸었지만 “며칠 전에 정확한 목적이나 주제를 알리고 미리 약속을 잡지 않으면 만나기 곤란하다. 양해해 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문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만나려는 직원과 통화하면 곧바로 본관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전과 사뭇 달랐다. 정문을 지키는 경비직원은 “요즘 워낙 민감한 일들이 많아서 방문 허가가 쉽게 나지 않는다. 주요 직원들은 회의가 잦아서 내선전화에도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적막한 국편의 분위기는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진 구성 상황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국편은 4일 홈페이지를 통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용도서 집필진 공모' 공고를 냈다. 교수나 전문 연구원 외에도 비율을 정해두지 않고 경력 5년 이상의 중·고교 교원과 교육전문직을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이틀째가 되도록 지원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계와 교육계에서는 ‘초빙’보다 ‘공모’에 난색을 표한다. 공모는 적극적 참여 의사를 갖고 스스로 나서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크다. 서울의 한 고교 역사 교사는 “기존 검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거나 국정화에 반대하는 교사들은 당연히 손도 대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고, 국정화에 찬성하는 교사들도 공모에는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편은 공모기간이 9일까지라 여유가 있는 데다 제출 서류를 만드는 등 준비시간이 필요해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진 편사부장은 “지금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마감일까지 목표 인원을 채우는 데 문제가 없을 테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국편이 구상하는 집필진 규모는 최소 36명이다. 공모 인원이 25명인 점으로 미뤄 11명은 이미 초빙했거나 초빙을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진 편사부장은 “혹시 마감일까지 공모인원을 채우지 못한다 해도 전원 공모로만 모집하는 게 아니고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의 직접 초빙도 병행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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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05 22:22 수정 2015-11-05 2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