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기준은 교회 아닌 성경… 다시 성경으로”

입력 2015-11-05 20:46
서울 연동교회에서 5일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생명목회 콜로키움’에서 박동현 전 장로회신학대 교수가 ‘다시 말씀 앞에서’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종교개혁 500주년(2017년)을 앞두고 한국교회의 개혁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생명목회실천협의회는 5일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연동교회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생명목회 콜로키움’을 열었다. 생명목회실천협의회 회장 진희근(승리교회) 목사는 ‘종교개혁의 원동력’(딤후 3:13∼17)이란 제목의 설교에서 “‘면죄부 판매’ 같은 얼토당토않은 일이 발생한 것은 ‘교회가 진리’라는 생각 때문”이라며 “그러나 교회의 가르침이 성경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종교개혁이 일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 목사는 “진리의 기준은 교리나 전통이 아니라 성경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동현 전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다시 말씀 앞에 서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그리스도인은 자신과 교회와 세상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개혁의 잣대를 성경에서 찾는다”면서 “그러나 성경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목소리를 올바로 듣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설교자가 성경을 올바로 전하기 위해선 하나님과 사람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설교자는 하나님이 이 세상에 하시는 말씀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메신저(전달자)”라며 “하나님의 형편과 사람들의 형편을 잘 살피고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전달해 청중들이 그리스도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성경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선 시대상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며 설교자도 역사를 바르게 알아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역사는 힘 있는 사람들의 눈으로 그들에게 유리하게 기록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설교자는 일방적인 역사 기록이 빠뜨린 힘없는 사람들의 생생한 역사를 찾는 데 애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청중이 “설교자가 주관을 배제하고 말씀만 전달하는 게 가능한가”라고 질문하자 박 교수는 “성경과 설교자의 주관 중 무엇을 더 중시하느냐의 문제”라며 “설교자의 주관이나 지식·철학 등은 본문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만 사용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김인주 종교개혁500주년위원장은 “종교개혁과 관련해 강의 강연 세미나 심포지엄 콘퍼런스 등 다양한 모임이 있었지만 일방적 소통이라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토론을 통해 더 진실한 담론이 이어지고 좋은 결론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생명목회실천협의회는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5∼6회 정도 콜로키움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