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개방폭, 한·미 FTA보다 크다”… 뉴질랜드, 협정문 첫 공개

입력 2015-11-05 20:33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정문이 공개됐다. 정부는 TPP 시장 개방 폭이 일부 조항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높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등 일본과 경합 중인 산업과 달리 지적재산권 등 일부 분야에서는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 정부는 TPP 참여국 가운데 최초로 협정문을 공개했다. 아직 상세한 협정문 내용은 분석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TPP 최초 가입국과의 양자협의로 협정문 내용을 일정부분 파악하고 있다. 모두 30장으로 구성된 TPP 협정문은 관세 철폐율이 95∼100%로 한·미 FTA(한국 99.8%)보다 높고 특히 일본은 철폐율이 10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 수준의 개방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참여해야 할 이유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TPP 12개 회원국이 생산한 중간재를 사용해 최종 제품을 만들 경우 중간재의 원산지를 자국산으로 인정해주는 원산지 누적 기준 조항은 수출에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산업의 경우 TPP 가입에 따른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분야 지재권 보호기준 강화, 국영기업 우대금지, 농수산 보조금에 대한 포괄적 금지 등은 우리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무역보복을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은 국내 공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30여개 대형 공기업이 규제 대상이 되는 셈이다. 농어업 분야의 정부 지원금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우려해 TPP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미가입 시 한·미 FTA 효과가 희석되고 TPP 회원국과의 교역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협정문 공개를 계기로 조기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일본과 뉴질랜드가 자국의 농축산 분야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교훈 삼아 쌀 등 민감 품목에 대한 협상 대응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 관계자는 “협정문이 공개되는 대로 이를 공론화하고, 여론을 수렴한 뒤 가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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