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는 왜 민주당으로 돌아섰나… 내년 美대선 아시아계가 변수로

입력 2015-11-05 21:47

미국 대통령 선거가 1년 앞(내년 11월 8일)으로 다가오면서 향후 소수인종,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의 영향력 확대가 민주·공화 양당 모두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왜 아시아계는 충성스러운 민주당 지지층이 됐나’라는 저명 칼럼니스트 토머스 에드살의 기고를 통해 최근 20년간 아시아계의 정치적 성향과 정당 지지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꾸준히 넘어가고 있는 경향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인용된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아시아계의 지지율이 31%에 불과했던 것과 달리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당시 지지율은 73%에 달했다. 인구 성장과 지지율 급등을 고려해볼 때 아시아계가 민주당의 최유력 지지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퓨리서치센터는 “아시아계 미국인은 미국 내 최고의 교육 수준과 높은 소득을 갖추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종 그룹”이라고 강조했다.

에드살은 “1720만명에 육박한 아시아계가 민주당의 우량 지지층이 됐다”면서 냉전 종식을 계기로 반공 등 이데올로기 문제에서 탈피하면서 공화당 지지세가 확연히 꺾인 것을 전환점으로 지목했다. 아시아계를 상징하는 치부(致富), 사업 성공, 높은 소득, 전통적 가족의 가치와 강한 직업윤리 등은 여전히 보수정당의 가치에 더 가깝지만 공화당은 꾸준히 지지율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이태구 버클리 법대 교수는 “아시아계는 개개인의 교육·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집단으로 간주될 때 다양한 상황에서 마이너리티로서 차별을 경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경험이) 건강보험, 이민정책, 교육개혁 등에서 진보적 태도를 취하게 할 뿐 아니라 환경 정책이나 차별 철폐 조치 등 광범위한 진보적 영역을 동조하게 만든다”면서 민주당과 아시아계의 연결고리를 거론했다.

마이너리티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아시아계와 흑인, 히스패닉의 표심은 내년 대선을 좌우할 충분한 응집력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역시 더 이상 도외시할 수 없다는 점을 직시, 특히 히스패닉계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와 젭 부시 등 공화당 유력후보들의 연이은 아시아계 비하 발언이 불거지는 등 아시아계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소수인종들이 사회적 격차와 관계없이 공히 민주당과 좌파적 가치에 편중된 상황에서, 공화당이 현재의 단절을 극복하고 얼마만큼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을지가 1년 뒤 대선의 ‘키’가 될 전망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