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공방] “더 이상 못 기다려”… 與, 예산안 단독심사 강행

입력 2015-11-05 21:59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오른쪽)가 5일 국회의장실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로 만나 국회 정상화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얼굴을 돌리고 있다.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 단독심사를 강행하며 대야(對野)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야당 일각의 장외투쟁 장기화 목소리를 차단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을 서둘러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5일 내년도 예산안 비경제부처 대상 부별심사를 속개했다. 지난 3일 국정화 확정고시 이후 야당의 거부로 상임위가 파행된 지 사흘 만이다. 야당은 여야 원내대표 회동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회를 요청했지만 김재경 예결위원장은 “본래 여야 간 합의된 내용이 있었던 만큼 (여당 단독으로라도) 심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경제가 어려운 만큼 더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압박했다. 김무성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듣지 않도록 상생의 국회,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며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장외로만 돌아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선거구 획정안 처리 법정 시한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야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으로 사상 초유의 선거구 공백 사태가 우려된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의장 플래카드 문구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내용을 내리고 ‘이제는 민생입니다’로 교체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장외투쟁 전략을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유지 목적으로 규정하며 지도부 흔들기에도 나섰다. 김 대표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향해 “국민을 위한 중차대한 현안이 많은데도 국회를 파행시키고 장외로 나갔다”며 “내부의 여러 정치적 문제를 덮고 (기득권을) 연장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황진하 사무총장도 “일 안 하는 국회의원은 존재 의미가 없고, 일반 기업으로 보면 해고 사유”라며 “당내 불만을 잠재우고, 혼란을 수습하려는 것으로 친노를 결집시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속셈”이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국정화 당위성을 설명하는 여론전과 집필진 엄호 등 실무작업 후방지원에도 나섰다.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라디오에 나와 국정화 반대여론 우위와 관련해 “모든 사안을 다 여론을 따라 결정할 수는 없고, 여론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고 했다.

또 교과서 대표 집필자로 나선 서울대 최몽룡 명예교수가 전날 기자회견에 불참한 것에 대해 “제자들이 무슨 권한으로 밤새 전화를 해 참석하면 안 된다고 (하느냐)”며 “집단테러”라고 비판했다. 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조전혁 전 의원도 “(대표 집필자인) 신형식·최몽룡 두 교수에게 협박·테러·신변위협 같은 만행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난번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방해하기 위해 저질러진 협박과 만행을 국민도 잘 목도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 역시 “스승의 학문사상 자유를 가로막는 사람들이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데 대해 정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학문사상의 자유를 가로막는 반자유민주주의 세력이 누구인지 얼굴을 내놓으라”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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