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 변호사의 성경과 법] 주여 그를 도우소서

입력 2015-11-06 18:14

얼마 전 어느 목사님이 억울하고 치욕적인 누명을 법정에서 끝내 벗지 못했다. 재판관도 인간인지라 진실을 모두 밝힐 수 없는 것이 한계로 여겨진다. 그 힘든 여정을 바라보니 미국에서의 어떤 재판이 생각난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흑인 대학생이 백인 여대생을 강간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당시 유죄증거는 피해자의 진술뿐이어서 검찰은 자백을 하면 감형을 시켜 주겠다고 하였지만, 그 흑인 대학생은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결국 대학생은 강간죄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그러나 강간죄의 진범은 친구인 다른 학생이었다. 흑인 대학생이 구속된 지 20여년이 지난 후에 그 친구는 범죄를 범하여 교도소에 수감됐고, 교도소에 있는 동안에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흑인 대학생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껴 편지를 보냈다.

“친구야 미안하다 사실은 내가 강간범이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흑인대학생에게 보냈으나 그는 편지를 받을 수 없었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던 흑인 대학생은 교도소에 복역 12년이 되던 해에 병에 걸려서 사망한 이후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 흑인 대학생이 유죄판결을 받은 결정적인 이유는 강간피해자인 백인 여대생이 그를 범인이라 지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가해자를 가장 가까이서 보았지만 그의 진술이 언제나 진실은 아닌 것이다. 결국 피해자의 잘못된 증언 때문에 흑인 대학생은 옥중에서 억울한 한을 품고 사망했다.

때때로 피해자의 결정적인 증언도 진실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재판관이 진실을 밝히는 것은 너무나 험난하다. 재판관은 자신의 판단에 확신이 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재판관은 “나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진실을 밝히지는 못한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여 판결을 하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흑인 대학생의 여동생은 그 당시 시카고 법대의 유일한 흑인 여대생이었다. 그는 여동생에게 “나는 결백하다. 너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법대를 졸업하여 변호사가 되라”고 당부했다. 그 당시 흑인 대학생은 아주 유명한 말을 여동생에게 남겼다.

“우리나라 사법제도는 나를 믿지 않지만 나는 우리나라 사법제도를 믿는다. 그러니 꼭 변호사가 되어라.” 여동생은 오빠의 말대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는 진실을 밝히지 못한 점에 대해 심적 고통이 컸었는지 거액을 희사하여 시카고 법대 교정에 그 흑인 대학생의 동상을 세웠다. 모든 시카고 법대생들은 이 동상을 바라보면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얼마나 엄숙하고 어려운 일인지에 대하여 자신을 경계한다고 한다.

“사람의 모든 악에 관하여 모든 죄에 관하여는 한 증인으로만 정할 것이 아니요 두 증인의 입으로나 또는 세 증인의 입으로 그 사건을 확정할 것이며…그가 그의 형제에게 행하려고 꾀한 그대로 그에게 행하여 너희 중에서 악을 제하라 그리하면 그 남은 자들이 듣고 두려워하여 다시는 그런 악을 너희 중에서 행하지 아니하리라.”(신 19:15∼20)

모두에 밝힌 주의 종이 누명을 뒤집어 쓴 것은 모든 증거에 비추어 봤을 때 명백히 보였지만, 재판관의 시각으로는 전혀 달리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하나님이 맺은 것은 하나님만이 풀 수 있을 것이기에 사모는 오늘도 기도하면서 주의 종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먼 길을 떠나려 하고 있다. 주여 ! 그를 도와 주소서.

이재만(충신교회 안수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