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삼성 “붉은대륙 失地 회복” 초저가 갤럭시 출격

입력 2015-11-05 20:30 수정 2015-11-05 22:21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저가 스마트폰 카드로 대대적인 점유율 회복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중국에서 갤럭시 온5(왼쪽)와 갤럭시 온7을 출시했다. 두 모델은 갤럭시 스마트폰 라인업 중 가장 낮은 가격이다. 갤럭시 온5는 998위안(약 18만원)으로 중국 스마트폰에서 주류를 이루는 1000위안 미만 제품이다. 삼성전자 브랜드를 고려하면 파격적인 가격 책정이다. 갤럭시 온7은 1398위안(약 25만원)이다.

갤럭시 온5는 5인치 HD 디스플레이, 1.3㎓ 쿼드코어 프로세서, 1.5GB 메모리, 5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등의 사양을 갖췄다. 비슷한 가격의 중국 스마트폰에 비하면 사양 자체는 다소 열세지만 삼성의 브랜드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로선 중국 시장에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3분기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올린 IT·모바일(IM) 부문이 반등하기 위해선 중국 시장에서 분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브랜드 이미지와 수익성을 고려해 중국에서 저가 시장에는 미온적이었다. 갤럭시 A 같은 중가 스마트폰을 하한선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한때 1위였던 중국 시장에서 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운 중국 업체에 밀려 5위권 밑으로 떨어지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삼성전자 스마트폰 라인업 중 최저가 제품은 인도에서 먼저 출시했으나 갤럭시 온5·온7은 중국에서 먼저 내놨다. 프리미엄부터 보급형 제품까지 모두 팔아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점유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5일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부활하기 위해선 가장 치열한 전쟁터라고 할 수 있는 저가 시장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프리미엄 시장을 애플이 싹쓸이하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중저가 이하의 시장에서 점유율을 두고 싸우는 게 현실이다. 삼성전자가 일단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 현지 업체와 점유율 싸움에서 이겨야 애플과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할 힘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3분기 화웨이가 1위에 오르고 샤오미가 3위로 내려가는 등 계속 요동치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화웨이가 정상에 등극한 것은, 마찬가지로 기술력이 앞선 삼성전자에도 호재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저가 시장에 선제 대응해 성공한 경험이 있다. 중저가 라인업인 갤럭시 E·J를 가장 먼저 판매했고, 타이젠 운영체제를 탑재한 Z1을 5700루피(약 10만원)에 내놓기도 했다. 갤럭시 온5와 온7도 3일부터 인도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맥스 등 인도 현지 업체와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업체의 협공에도 올해 3분기 인도 시장에서 스마트폰 점유율 23.2%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