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개봉되는 ‘도리화가’는 1867년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판소리 대가 신재효와 최초의 여류 소리꾼 진채선의 이야기를 그렸다.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던 시대에 운명을 거슬러 소리꾼을 꿈꾸었던 진채선 역은 수지(본명 배수지)가 맡았고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는 류승룡이 연기했다. 두 배우는 실제 명창과 1년가량 합숙훈련을 하면서 소리를 배웠다.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인 수지는 영화 ‘건축학개론’(2012)에서 연기실력을 발휘하며 ‘국민 첫사랑’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도리화가’에서는 평범한 소녀에서 점차 소리에 눈 떠가는 과정을 해내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국립창극단의 주연배우로 활동하고 2010년 한국방송대상 국악인상을 수상한 박애리 명창의 가르침을 받았다.
수지는 가수 목소리와는 다른 창법, 호흡을 구사하는 훈련을 거듭했다. 한겨울 혹한의 날씨에 산과 들, 강과 폭포를 오가는 험난한 촬영 현장에서 그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특히 경북 청도의 바위산 촬영은 홑겹의 한복만 입은 채 10시간 동안 살수차의 비를 맞으며 연기에 몰두하는 투혼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 명창은 “수지는 판소리를 하기에 아주 좋은 목소리를 갖고 있다”며 “소리 내는 자체가 너무 힘든 나머지 목과 체력이 금세 소진된 적도 있지만 이른 아침, 늦은 저녁을 가리지 않고 먼저 연락을 해올 정도로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했다”고 전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 등 사극에서 열연한 류승룡은 이번에 다소 낯선 배역을 맡았다. 정가악회 단원인 안이호 명창에게서 소리와 북을 배웠다. 그는 극중 소리 장면이 많지는 않지만 판소리 여섯 마당을 정립한 신재효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기꺼이 합숙훈련에 동참했다. 그의 노력은 자연스럽고 생생한 소리꾼의 모습으로 극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소리 선생 김세종 역할을 맡은 송새벽도 안 명창으로부터 소리와 북을 지도받았다. 그는 새벽부터 북 연습을 시작해 ‘새벽송’ ‘송새북’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배우들은 실제 명창의 가르침 속에 연습하며 148년 전의 소리꾼이 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도리화가(桃李花歌)’는 신재효가 진채선의 아름다움을 복숭아꽃과 자두꽃이 핀 봄 경치에 빗대어 지은 단가(짧은 판소리)의 제목이다. 영화는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전국을 누빈 방대한 로케이션, 아름다운 풍경과 애틋한 판소리 선율이 어우러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국노래자랑’(2013)의 이종필 감독이 2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가요 부르던 수지, 명창과 1년 특훈 ‘소리꾼 되다’… ‘도리화가’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 화제
입력 2015-11-05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