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자들의 연말정산이 처음 시행된 것은 1975년이었다. 종합소득세가 도입돼 근로소득을 이 세제에 합산하면서부터다.
올해 초 이른바 연말정산 파동이 일어났다.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세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과 달리 환급금액이 줄거나 추가 납부하는 일부 사례가 생기면서 비난이 들끓었다. 정치권과 언론은 연일 정부를 질타했다. 급기야 세법을 고쳐 세금을 되돌려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태가 마무리된 직후 만난 정부 한 관계자는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 고소득자의 세금이 다소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야당도 동의한 세법개정안이다. 한마디로 일부의 ‘체감증세’를 ‘세금폭탄’으로 증폭한 여론몰이에 꼼짝없이 밀렸다”고 말했다.
여론의 중요성을 절감한 정부는 내년 연말정산을 앞두고 세밀한 대책을 세웠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5일 세제실 조직 및 운영체계를 바꿨다. 조세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조세총괄정책관을 신설했다. 세제실장이 주재하는 조세정책심의회도 운영키로 했으며 특히 회의때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까지 만들었다. 여론을 가늠하는 다양한 관점에서 조세정책을 논의한다는 생각에서다.
국세청은 연말정산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상황실에 연말정산 간소화 팀을 설치했고 수개월을 거쳐 지난 4일부터 새 시스템을 가동했다. 바뀐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예상 세액 파악 수준을 넘어 절세 계획까지 가능토록 한 것은 납세자 입장을 반영했다는 반응이었다.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추구하는 정부 3.0 모범사례로 간주됐다. 워낙 복잡하고 번거로워 그동안 ‘난수표 연말정산’으로까지 불렸던 부정적 여론을 일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의 성패는 여론의 향배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올 초의 연말정산 논란에서 얻은 교훈이다. 이는 비단 조세정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한마당-정진영] 연말정산과 여론
입력 2015-11-05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