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20대 총선에 적용할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논의가 중단된 지 오래다. 여야 정치권이 중·고교 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쟁’을 치르느라 정신이 없어서다. 법정시한(11월 13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협상 채널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①국회 정치개혁특위 8월 13일까지 획정 기준 마련 ②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 10월 13일까지 획정안 확정 및 국회 제출 ③국회 11월 13일까지 법제화 완료의 3단계 일정에 합의했으나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시간에 쫓긴 막판 졸속 획정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회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선거구 졸속 획정은 총선 때마다 반복돼 온 일이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3대 1 이내에서 2대 1 이내로 줄여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소 62개의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하다. 미세조정에 그친 과거 총선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는 얘기다.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서 전국의 선거 현장에선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 출마 희망자들이 도대체 어느 운동장에서 몸을 풀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이다. 짧은 기간 내 지명도를 높여야 하는 정치 신인들의 어려움이 특히 크다.
다음달 15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때문에 선거구 획정이 계속 지연될 경우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여야는 이미 지명도가 확보된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획정을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만큼 협상을 조속히 개시해야겠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화 투쟁과는 별도로 선거구 협상에는 당장 응하는 게 옳다. 협상 채널은 마냥 겉돌기만 하는 기존 정개특위보다 당 대 당 차원의 담판이 효과적이라 판단된다. 우선은 새누리당이 제의한 양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정개특위 간사 간 2+2 회담을 진행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참석하는 수뇌부 회담을 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협상 결과를 보면 여야 입장차가 그다지 큰 것도 아니다. 의원정수는 일찌감치 300명을 유지키로 합의한 상태여서 현행 선거구 수(246개)와 비례대표 의석 수(54석)만 적절히 조정하면 된다. 새누리당은 농어촌 선거구 축소를 최소화하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다소 줄이자는 입장인데 반해 새정치연합은 어떤 일이 있어도 비례대표 의석을 줄일 수 없다고 맞서 있는 형국이다. 전체 총선 승패가 걸린 문제여서 손익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마음을 열고 대타협을 시도하면 금방 해답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촉박한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추후 과제로 남겨두는 게 좋겠다.
[사설] ‘국정화’ 대립하더라도 선거구 획정 더 미룰순 없다
입력 2015-11-05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