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의원 겸직신고 안 하는 까닭 대체 뭔가

입력 2015-11-05 18:03
국민권익위원회가 5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의회의원 겸직신고제도를 강화하고 신고 내용을 공개할 것을 권고했다. 지방의원은 겸직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자치법 35조에 의해 겸직할 수 없는 직(職)을 제외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 단, 지방의회 임기 개시 1개월 이내에 겸직사항을 지방의회의장에게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지방의원의 73%가 겸직내역을 신고하지 않을 정도로 이 제도는 그동안 유명무실하게 운영돼 왔다. 특히 243개 지방의회 중 84개 지방의회에선 단 한명도 겸직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지방의회의 도덕 불감증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조사한 결과 겸직신고를 하지 않은 지방의원의 34.5%가 다른 직을 겸하고 있었다.

지방의원의 겸직 허용은 지방자치 초기 지방의원이 무보수 명예직이었을 때의 산물이다. 2005년 유급제로 전환돼 매년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으나 보수가 적다는 이유로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지방의원은 당해 지자체 및 공공단체와 영리를 목적으로 거래할 수 없고, 이와 관련한 시설이나 재산의 양수인이나 관리인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대리인을 내세워 수의계약하는 등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사욕을 채우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비리를 막기 위해 겸직신고제도를 둔 것인데 신고하지 않아도 마땅한 처벌이나 제재수단이 없다보니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각종 비리로 사법처리된 지방의원 수가 4기(2002∼2006년) 368명, 5기(2006∼2010년) 323명, 6기(2010∼2014년) 252명으로 줄어든 건 다행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체 정원의 10% 가까이 비리에 연루된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겸직신고·영리거래금지 기준 및 모니터링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권익위 권고가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