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박강월] 외로운 가을날 감사

입력 2015-11-06 17:51
올봄, 뒤뜰 파고라 기둥 밑에 세 알의 수세미 씨를 심었다. 발아하기까지의 시간이 더디어 열매를 기다리는 마음을 애태웠지만, 싹이 나고부터는 폭풍성장을 했다. 성인남자 손바닥 두 배만한 크기의 초록 잎을 장대비가 두드릴 때면, 한여름 무더위도 잠시 잊을 만큼 시원스런 장면을 멋지게 연출해주었다. 수세미는 여름 내내 넝쿨을 뻗고 또 뻗더니 순식간에 파고라 지붕을 뒤덮었다. 가을초입에는 수십 개의 수세미가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이 참으로 장관이었다. 여린 수세미의 대부분은 지난달, 주부편지 우편 발송에 참석하신 자원봉사자 어르신들께 기침예방약을 만들라고 따드렸고, 나머지 수세미는 씨앗을 받고 세척용 천연수세미를 만들기 위해 그냥 매달린 채로 두고 있다.

벼 한 알을 심으면 180개의 쌀알을 얻게 되며 감자 한쪽을 심으면 60개의 감자가, 도토리 한 알 속에는 수많은 참나무가 담겨 있으며 수박씨 한 알에는 수백, 수천 개의 수박이 열리게 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위대하신 솜씨가 경이롭기만 하다. 하나님께서 섭리하시는 만물의 이치가 이러할진대 하물며 기도의 씨앗임에랴. 눈물로 뿌린 기도의 씨앗은 수많은 감사의 열매를 거두게 하실 것이다. 또한, 그렇게 거둔 열매에 대한 감사의 씨앗을 뿌린다면 비교할 수 없이 크고도 놀라운 열매를 거두게 될 것이다. 이미 이뤄주신 일에 대한 감사, 현재 이루고 계신 일에 대한 감사, 앞으로 이뤄주실 일에 대한 감사와 그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드리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 대한 감사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감사가 이어질 것이다.

화려한 여름 꽃이 지고 난 쓸쓸한 가을정원에는 향기 그윽한 국화꽃이 빈자리를 채우고, 앞 뒤 산에는 단풍 빛이 황홀한 추수감사절기이다. 계절 따라 아름답고도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멋진 세상을 우리를 위해 지으신 측량 못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의 찬양을 올려드린다.

박강월(수필가·주부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