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울리는 위약금] 부당 위약금 피해 줄이려면 약관 꼼꼼히 살펴 불공정 찾아야… 결국 소비자 몫

입력 2015-11-05 21:11

상주(喪主) 측이 장례식장에 조문객 음식을 직접 준비해 가는 건 서울의 대다수 장례식장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장례식장 사업자가 만든 약관에 ‘장례식장에서 제공한 음식만 사용한다’는 조항이 있다. ‘계약을 중도 해지할 때 환불하지 않는다’고도 돼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서울 29개 장례식장의 약관을 점검해 이런 불공정 조항을 시정토록 했다. 과일·음료·주류 등 비(非)조리 음식은 반입할 수 있게 됐고, 밥·국·반찬 등도 협의를 거쳐 반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중도 해지 환불도 가능토록 했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가 해결된 걸까. 꼭 그렇지도 않다. 이번에 시정된 부분은 공정위가 2001년 제시한 ‘장례식장 표준약관’에 없는 내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표준약관에서 모든 사항을 다룰 순 없고, 다룬다 해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001년 표준약관 제도를 도입해 73개 분야에서 표준약관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통신 등은 주무부처에서 표준약관을 만들기도 한다. 다만 사업자에게 강요할 수 없다. 하나의 기준일 뿐 법적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

표준약관 통용 수준도 업종별로 들쭉날쭉하다. 금융권은 상대적으로 많이 쓰는 반면 장례식장·예식장 등의 업계는 자체 약관을 주로 사용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불공정 조항을 일부러 넣지 않더라도 업계 약관은 사업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모든 게 소비자 몫이다. 부당하게 위약금을 물지 않으려면 약관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표준약관과 비교해보면 불공정 조항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표준약관이 없다면 동종 업계의 다른 약관과 비교해보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약관에 없는 부분에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약관에 없는 내용은 사업자에게 물어보고 말로 설명하는 부분까지 수기로 계약서에 적어야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공정위의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을 참고하면 된다. 60여개 업종, 670여개 품목의 수리·교환·환급 조건과 위약금 산정 기준이 마련돼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