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 외야로 흐르자 지붕으로 덮인 경기장은 1만3000여 관중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한국의 돔구장 시대를 알리는 소리였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4일 한국 최초의 돔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5 슈퍼시리즈 1차전 쿠바와의 경기에서 완벽한 투타 조화를 선보이며 6대 0 완승을 거뒀다. 경기 전까지 역대 최약체 대표팀으로 평가받았던 한국은 프리미어12 대회를 앞두고 ‘모의고사’ 성격으로 가진 평가전에서 그간의 우려를 한방에 날렸다. 아마 최강 쿠바 타선을 상대로 영봉승을 거뒀고, 타선도 장단 12안타를 퍼부으며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선발 투수 김광현(SK)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3이닝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투구수도 예정된 50구보다 적은 38구에 불과했다.
이어 나온 이대은(지바롯데)은 더 매서운 피칭으로 쿠바 타선을 잠재웠다. 4이닝을 3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막으며 김광현과 함께 확실한 원투 펀치를 구성했다. 일본프로야구 입성 첫 해에 국가대표 선발투수로 거듭난 이대은은 최고 구속 153㎞을 찍을 정도로 막강한 구위를 과시하며 국내 팬들에 눈도장을 찍었다. 공이 미트에 꽂히는 소리가 외야까지 들릴 정도로 힘이 넘쳤다. 프로 데뷔 후 외국에서만 활동한 이대은은 야구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12를 앞두고 태극마크를 달았는데, 낯설 수도 있는 한국 마운드에서 철벽 투구를 자랑하며 앞으로 활약을 기대케 했다. 이대은은 1차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혀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공격은 시작부터 활발했다. 1회 2사 후 김현수(두산)가 좌익수 방면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박병호(넥센)가 고의사구로 나가면서 1, 2루 기회가 만들어졌고 손아섭(롯데)과 나성범(NC)은 놓치지 않았다. 연속 안타 2점을 얻은 한국은 이어진 만루에서 강민호(롯데)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점수차를 3점으로 벌였다. 5회 나온 추가점도 시작은 김현수였다. 선두 타자로 들어서 좌중간 2루타를 날린 김현수는 박병호의 중견수 뜬공에 3루에 안착했고 상대 투수의 폭투 때 홈을 밟았다. 6회 볼넷과 안타 2개, 상대 실책을 묶어 2득점 한 한국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대은은 고척돔 1호 승리투수, 손아섭은 첫 타점, 박병호는 첫 볼넷의 주인공이 되는 영예도 차지했다. 김인식 감독은 “걱정했던 것 보다 좋았으며 선발 김광현, 이대은 두 투수가 생각외로 잘 던졌다”며 “상대 투수들이 80% 이상 변화구를 던졌지만 한국시리즈를 했던 타자들이 많이 쳐줬다”고 만족해했다. 대표팀은 5일 쿠바와 같은 장소에서 2차 평가전을 갖는다. 선발투수는 우규민(LG)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돔구장 첫 경기… 주인공은 이대은
입력 2015-11-05 00:42 수정 2015-11-05 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