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일정 발표] “집필진 명단 투명하게 공개해야… 200년 후 남을 교과서 만들고 싶다”

입력 2015-11-04 22:33 수정 2015-11-04 22:58
국정 역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진으로 공개된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4일 서울 영등포구 자택에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이유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 역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진으로 선정된 최몽룡(69) 서울대 명예교수는 4일 “집필진 명단을 왜 감추느냐”며 “요새는 사람들이 미리 신상을 털지 않느냐. 그전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최 명예교수는 “현행 역사 교과서 집필자 대부분이 권위가 없는 고교 교사라서 문제가 있다”면서도 ‘좌편향’됐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자신은 보수도 진보도 아니며 역사엔 좌우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자들의 만류로 이날 오전 열린 국사편찬위원회 브리핑에 돌연 불참했다. 몇 시간 뒤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브리핑에 배석하지 않은 이유는.

“원래 나가려고 했는데 제자들이 막았다. 출발 직전에 제자 2∼3명이 집으로 찾아와서 ‘가지 말라’고 몸으로 막았다. 내가 가면 다칠까 봐 노파심에서 막은 거다.”

-집필에 참여해 달라는 연락이 온 건 언제인가.

“10월 하순쯤이었다. 아마 내가 제일 먼저 연락을 받았을 거다.”

-김정배(75) 국사편찬위원장이나 신형식(76) 이화여대 명예교수와의 인연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유학할 때 김 위원장이 하버드 옌칭연구소 연구원으로 왔다. 1년간 알고 지냈지만 특별한 인연은 아니다. 신 명예교수는 서울대 선배다. 집필 참여가 결정된 이후에 만난 적은 없다.”

-집필에 참여한 이유는.

“국정 교과서는 내 고향 같다. 중학교 때부터 교과서를 쓰고 싶었다. 23년간 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이유다. 또 지금 (집필을) 맡을 사람이 거의 없다. 지금 맘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몇 사람 안 될 거다. 부담이 있으면 왜 맡았겠나. 200년 후에도 남을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고 싶다. 1년 안에 충분히 집필이 가능하다고 본다. 정부를 믿으면 교과서가 잘 나올 거다.”

-현행 역사 교과서의 문제는.

“집필자의 급이 문제다. 집필자 대부분이 고등학교 선생님이라고 들었는데 문제가 있다. 예전에 국사 교과서를 쓰던 사람들은 권위가 있던 이들이다. 권위가 없는 이가 쓰면 누가 믿겠느냐. 실력을 떠나 문제는 권위의 유무다.”

-상고사 서술이 강화된다는데 달라지는 점은.

“삼국사기 기록을 충실히 인용할 계획이다.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식민지사관, 타율성, 정체성, 반도성 등을 없애겠다. 홍산 문화와 고조선 문화를 구분해 중국의 동북공정에도 대비하겠다.”

-정부가 집필진 공개를 거부했다.

“왜 감추나. 요새 사람들은 껍질까지 벗기고 청문회하듯 신상을 턴다고 들었다. 그렇게 나중에 공개할 바엔 지금 하는 게 낫다. 투명하게 하는 게 정부 입장 아니었나. 그래야 필자의 주관이 선다.”

-좋은 교과서란.

“양심에 따라 쓰는 것이다. 현재 교과서는 연역법에 따라 결론을 내려놓고 쓴다. 사료에 근거해 귀납법적으로 써야 한다. 역사에는 좌우가 없다. 나부터가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정확하게 만든 좋은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배포되길 바랄 뿐이다. 정부를 좀 더 믿어 달라.”

박세환 신훈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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