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서 공개적 ‘美 지지’… 향후 동북아 정세 ‘미묘’

입력 2015-11-04 21:52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이 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참가국 국방장관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은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로이터연합뉴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4일 남중국해 관련 발언은 미·중 국방수장 앞에서 행해졌다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도 비상한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남중국해 분쟁 문제가 주된 의제였던 데다 최근 스프래틀리 군도 안에서의 인공섬 건설과 이 인근 해역 군함 파견 문제로 정면충돌해 온 미·중 사이에서 ‘이 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미국 편’이라는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미 ‘한국은 미국 편 들어야’ 요청에 사실상 ‘동조’=남중국해 문제에서 사실상 제3자였던 한국이 입장 표명을 요구받은 건 지난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준수하지 못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를 꺼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자 우리 정부는 ‘과잉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2주가 채 지나지 않아 중국이 건설한 남중국해 인공섬 인근 해역에 미군 구축함이 진입하는 등 미·중의 대립각이 서면서 오바마 대통령 발언이 남중국해 문제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

한 장관 발언은 청와대와 외교부 등이 밝힌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국제규범에 따른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 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 장관 발언에) 특별한 배경은 없다”면서 “국제적 원칙을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섬이 영토’라는 중국 주장은 국제법 등 원칙에 위배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미국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은 이 발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중국은 전혀 언급이 없었다. 우리 입장 표명에 대해 말이 없었다”고 했다. 이 문제가 한·중 양자의 현안도 아닐뿐더러 ‘역대 최상’인 양국 관계를 굳이 악화시킬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잠잠해지나 했더니…다시 충돌한 미·중=남중국해 인공섬에 미국 군함이 진입하면서 불붙은 미·중 갈등은 양측 해군 당국 간 회담을 열기로 하면서 다소 수그러든 분위기였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열린 ADMM-Plus 회의에서 세계 2강(G2)은 다시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창 중국 국방부장과의 회동에서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어느 곳에서나 작전을 계속할 것이며 남중국해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자 창 부장은 “미국이 ‘중국의 도서지역’ 부근 해역에 진입했다. 중국의 주권과 안전·이익을 위협하고 지역의 평화·안정을 위태롭게 하므로 중국은 이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맞받아쳤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